[리뷰]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 연극 <꽃의 비밀>
[위드인뉴스 김영식]
남편들은 축구장으로 떠났고 여자끼리 모여 송년회를 즐기는 시간 사건은 벌어진다.
연극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서부 시골 마을인 빌라페로사를 배경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진 남편을 대신해 고액의 보험금을 타기 위한 주부들의 유쾌한 소동을 그린 연극이다.
극 중 네 명의 주부들은 사라진 남편들로 인해 뜻밖의 위기에 놓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과정에서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게 된다.
10주년은 맞은 <꽃의 비밀>에서 박선옥, 황정민, 정영주가 연기하는 '소피아'는 극의 중심을 잡으며 극을 이끌고, 장영남, 이엘, 조연진이 맡은 '자스민'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감초 같은 존재감을 발산한다. 또한, 이연희, 안소희, 공승연이 연기하는 '모니카'는 특유의 매력을 더하며, 김슬기, 박지예가 맡은 '지나'는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장진 감독은 "홀린 듯 단 일주일 만에 완성한 이 희곡에, 처음 글을 쓰며 떠올렸던 배우들이 10주년 기념공연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스스로도 기대가 크다"고 전하며, "완벽한 앙상블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더 독해진 웃음 포인트
시대에 따라 관객들의 취향이 변하고 감수성이 변하면서 짧은 수명을 다하고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작품들이 있다.
하지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레베카> 등 오랜 기간 관객을 찾는 작품들도 있게 마련인데 연극 <꽃의 비밀>은 작품을 쓴 장진 작가 겸 연출은 이 작품을 "홀린 듯 단 일주일 만에 완성" 했다고 말했다.
이는 작곡가들이 5분만에 쓴 노래가 대박이 나고 오랫동안 불리워지는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짧은 시간에 쓰여졌지만 빈틈없는 구성과 대사가 주는 말맛이 대단하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로 장진 감독을 떠올리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영화를 만든 그 장진 감독이 만든 연극이라고 말씀드린다. 또한, 그때 <웰컴 투 동막골>에서 보여주었던 장진의 유머가 이번 작품에도 가득하니 조금은 기대를 하고 찾아오셔도 좋다고 할 것이다.
또한, 연극 <꽃의 비밀>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 받아온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맞춰 계속 진화하고 있다.
작품 속 유머는 단순한 말장난이나 상황 코미디에 머무르지 않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터지는 반전, 그리고 인물 간의 호흡이 어우러져 지금도 유효한 코미디를 보여준다.

깔끔하고 아름다워진 무대
연극 <꽃의 비밀>은 변화 없는 원세트 연극이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공간 연출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출입구를 무대 뒤편과 좌측에 배치하여 장면마다 변화를 주고, 화장실과 같은 일시적으로 퇴장할 수 있는 공간을 설정해 무대 위에서도 자연스러운 이동과 쉼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빠른 전개와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번 10주년 공연에서는 무대 구조의 큰 변화 없이도 한층 더 세련되고 정돈된 무대를 선보인다. 간결하면서도 정교한 무대 디자인은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며, 이야기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비교적 단순한 무대 구성을 보완하기 위해 조명 연출이 더욱 섬세하게 활용된다. 장면의 분위기를 강조하는 조명 효과는 인물의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키며, 연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배우 설정과 구성에 빈틈없는 구성
연극 <꽃의 비밀>은 네 명의 여성 캐릭터가 뚜렷한 개성과 색깔을 지닌 작품이다.
결혼 후 "남편과 통화를 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세대인 소피아와 자스민, 그리고 아직은 남편에게 애정이 남아 있는 비교적 젊은 세대의 모니카와 지나가 대비를 이루며 극을 이끌어간다.
특히 소피아와 자스민 역을 맡은 베테랑 배우들의 탄탄한 호흡이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젊은 배우들이 이를 받으며 장면마다 티키타카를 만들어낸다. 또한, 코미디 연극 특유의 말맛을 살리는 대사들이 작품 전체를 가득 채우며, 각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의 합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에서도 자스민 캐릭터는 실제로는 예쁜 외모를 가졌지만, 극 중에서는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역할이다. 이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의 과감한 연기를 기대해도 좋으니 각 배우의 캐스팅을 확인하시길 바라겠다.

10년을 이어온, 여성 코미디 연극의 대표작
연극 <꽃의 비밀>은 10년 전만 해도 여성 중심의 코미디 연극이 흔치 않았던 시기에,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된 작품으로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작품이다. 그리고 그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여성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가 만들어내는 코미디의 힘을 증명해왔다.
물론, 현실적인 대사와 장면들이 결혼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에게는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들이 예쁨을 내려놓고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순간, 관객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웃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볼까 말까 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티켓팅에 대한 고민은 접고 일단 자신이 선호하는 배우가 있다면 그날로 예매하고 관람하는 것이 남는 공연이니 고민을 접도록 하자.
2월 8일 개막한 연극 <꽃의 비밀>은 5월 11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계속된다. 사진제공 : 파크컴퍼니
김영식 within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