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감독이 만든 유쾌한 코미디, 영화 <로비> 기자간담회 현장

[위드인뉴스 김영식]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로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급성 충수돌기염(맹장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은 영화 <로비>의 감독 겸 배우 하정우를 제외하고 배우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차주영, 곽선영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로비>는 연구 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이다.

 

김의성 "이상하고 재미있는 영화,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배우 김의성은 "오늘 아침에 소식을 들었다. 하정우 감독이 오늘 시사회에 불참하게 되었다.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달라고 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간담회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주었다"라고 전했다.

김의성은 영화에서 최 실장 역을 맡았다. 그는 "제가 맡았던 최 실장은 공적인 영역에서 가능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인물이다. 단 하나의 약점이라면 여자 프로골퍼에 대한 팬심이 지나쳐서 이 사람의 장점을 가릴 정도라고 생각했다"며 "연기할 때 최대한 젠틀하고 친절하고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물이 이상해서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까지 전작의 비호감을 뛰어넘을 인물이 나올 것을 생각 못했고, 제 일상에서 나는 젠틀하게 할 때 저렇게 보일까 하는 경계심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전체적으로 이 인물이 이렇게 보일수록 진 프로의 청순함과 반듯함이 돋보일 수 있고, 하정우 배우가 했던 윤 대표의 선택 또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캐릭터로 작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으로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의성은 하정우 감독과 함께한 경험에 대해 "저는 특별한 디렉션은 받지 않았다.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걱정할 때마다 '이 역과 잘 맞는 사람이니까 아무 걱정 없이 마음대로 하라'는 용기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하정우 감독이 배우로서 심각한 장면을 연기할 때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돌리면서 컷을 수줍게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며 "감독이라기보다 크리에이터로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한 "하정우 감독이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촬영까지 하는 과정에서 선 굵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며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이 어떤 톤으로 어떻게 흘러간다는 것까지 생각해서 그것에 맞춰 씬을 설계하는 것 같다. 하정우 감독은 좋은 감독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서 하정우는 더할 나위 없고 존경할 만한 배우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의성은 영화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흥행을 쉽사리 이야기하긴 조심스럽다. 애정은 엄청나지만 흥행은 관객의 몫이다"라며 "다만 이 이상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많은 분들이 즐겁게 즐겨주시면 좋겠다는 강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제가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이상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두 번째 다시 보면서 강해림, 하정우 배우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마음이 움직였다"며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깊게 다가왔다. 이 재미있는 말맛을 즐기시다가 어느 순간 우리 삶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이 이것이구나 하는 것을 가지고 극장을 나서시게 되면 행복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해림 "골프 폼 위해 5개월 연습…진 프로는 가장 보통의 사람"

강해림은 영화에서 전성기를 달리던 중 드라이버 입스로 더 이상 골프를 칠 수 없게 된 프로골퍼 '진 프로' 역을 맡았다. 그는 "늘 아버지 말씀을 듣고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하다가 제 의지로 접대 골프에 나가게 된 캐릭터이고, 그로 인해 고난과 역경을 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영화 속에서 가장 정상적인 인물이고, 가장 보통의 사람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팀 안에서 존재하고 있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프로골퍼 역할을 맡은 만큼 강해림은 골프 폼을 실제 선수처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연습을 거쳤다. 그는 "감독님이 프로 선수처럼 보이길 바라셨다. 그래서 5개월 동안 매일 5시간씩 골프 폼을 연습하면서 많이 부족함을 느꼈던 것 같다"며 "최대한 비슷하게 나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그는 "팀 중에서 제가 가장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이동휘 배우의 박 기자 역이다"라며 "최 실장(김의성 배우)은 본인은 순수하게 진 프로를 애정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박 기자는 너무 융통성 있고 약삭빠르고 머리도 좋은데, 그냥 너무 이상한 사람을 이동휘 배우가 잘 표현해주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정우 감독과 함께한 소감도 전했다. 강해림은 "감독님이 컷하는 것이 신기했다. 현장에서 매번 들었던 생각은, 감독님으로서는 정말 감독님인데 배우 윤찬욱으로 카메라에 들어오면 신기하게도 제 눈에는 캐릭터로 보이고, 연민의 감정이 들 정도였다"며 "감독과 배우를 왔다 갔다 하는 걸 정말 잘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휘 "박 기자, 나이 들면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교훈"

이동휘는 극 중 윤창욱(하정우)과 최 실장(김의성)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박 기자를 연기했다. 그는 "윤창욱이라는 인물과 최 실장 사이에서 교두보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다는 것에 집중했다"며 "박 기자는 최 실장을 존경하고 롤모델로 생각하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의성 배우의 말처럼, 영화를 보고 나서 나이 먹고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절실하게 느꼈다"며 "나이 들면 저렇게 살지 않도록 여러분 앞에서 약속드리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동휘는 하정우 감독에 대한 첫인상과 작업 경험을 언급하며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감독님의 스타일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부터 롤러코스터라는 영화를 보고 신박하고 리듬감이 좋다고 느꼈고, 언젠가 하정우 선배와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과거 아가씨에서도 함께 출연했지만 대사를 주고받지는 못해서 이번 작품에서 만나 반가웠다"고 회상했다.

또한, 하정우 감독과의 리딩 과정에서 "명절 때 가면 친해지고 싶은 친척 형 같은, 의지가 되는 듬직한 스타일이었다"며 "열려 있는 느낌으로, 제가 연구해서 가져온 대사도 많이 수락해주셨고, 무엇이 더 재미있을지 함께 고민한 시간이 길었다"고 전했다.

그는 "감독님이 이 영화를 연출하는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영화에 대한 간절함과 애정이 깊었다"며 "작업하면서 감독님이 영화와 더 사랑에 빠지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관람 포인트에 대해 이동휘는 "신나고 즐거운 영화다. 목표를 향해 진정성 있게 나아가는 모습을 관객들도 같이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미디 영화는 함께 보는 재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다 같이 웃으며 오랜만에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추천드린다"고 전했다.

박병은 "하정우 감독, 배우로서도 감독으로서도 존경스러운 인물"

박병은은 이날 자리하지 못한 하정우 감독에 대해 "오늘 자리에 함께하고 싶어 했지만, 급히 수술을 받아야 해서 문자를 주고받았다"며 "너무 아쉬워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자리에 참석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담당 의사 선생님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만류해 결국 오지 못했다"며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박병은이 연기한 광우는 4조 원 규모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윤창욱(하정우)과 한날 한시에 골프장에서 로비를 벌이는 인물이다. 그는 "하정우 감독과는 대학 시절부터 한 학년 선후배로서 25년 넘게 친분을 이어왔다"며 "이런 관계성이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중앙대 1년 선배이고, 충수돌기염(맹장염)도 선배다. 저는 중학교 때 수술했는데 하 감독도 빠르게 회복하길 바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창욱과 광우가 같은 장소에서 대립하며 로비를 벌이는 설정이 오랜 친분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케미로 녹아들었다"고 전했다.

하정우 감독의 장점에 대해 박병은은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작품을 했다는 것"이라며 "배우에 대한 집중력이 높고, 현장에서 미세한 감정의 떨림이나 불편함을 세심하게 캐치해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빠른 결단력이 있다"며 "특히 감정 연기를 할 때 본인이 컷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장례식 장면에서 감정을 몰입하다가 컷을 외친 뒤, 모니터 앞에서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배우로서도, 감독으로서도 존경스럽고 좋아하는 후배이자 동료"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말금 "하정우와 연기하며 긴장…가장 연약한 존재로 보였다"

강말금은 극 중 조 장관 역을 맡아 부패한 고위 관료로 변신했다. 그는 "저희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관객분들도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조 장관은 돈을 좋아하는 인물로, 실제 저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다"며 "감독님과 의상팀이 조 장관의 외적인 모습을 잘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머리도 자르고 염색도 하고, 분장팀과 함께 변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화면 속 제 모습을 보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정우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강말금은 "리딩을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며 "특히 조 장관의 캐릭터가 약간의 격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주셔서 디벨롭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강말금은 극 후반부 ‘그늘집’ 장면에서 하정우와 함께한 연기가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극 중에서 조 장관은 가장 기가 센 인물이고, 반면 하정우 배우님이 맡은 윤창욱은 가장 연약한 존재였다"며 "촬영 당시 ‘내가 이 사람을 작은 소리로도 제압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막상 연기를 시작하니 하정우 배우님이 정말 연약한 존재처럼 보였다"며 "작은 배우 혹은 경력이 많지 않은 배우가 경력이 많은 큰 배우를 만날 때 둘만이 느끼는 기운이 있는데, 그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강말금은 로비의 관람 포인트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보다가 따뜻함을 느끼고 기분 좋게 극장을 나올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상쾌한 기분으로 극장 문을 나설 수 있는 영화라서 친구나 가까운 사람과 함께 보면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시원 "호랑이의 모습 속 여린 사슴 같은 마음 표현하고자 했다"

최시원은 극 중 마태수 역을 맡아 강한 외형과 반전 있는 내면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는 "호랑이 같은 강한 외형을 지녔지만, 속마음은 사슴처럼 여린 인물"이라며 "이 대비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께서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시원은 하정우 감독의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의 팬이었다고 밝히며, 로비의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과 호흡을 맞추고 디렉팅을 받으면서 두 번째 촬영부터는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촬영장이 점점 가고 싶은 현장이 되어서 좋았다"며 촬영 과정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정우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 최시원은 "대한민국 감독님들 중 연기를 가장 잘하는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때 감독님이 짧고 템포감 있게 직접 연기로 보여주셨다"며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배우로서든, 감독과 배우로서든 다시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애정을 표했다.

차주영 "자유로운 영혼의 골프장 사모님"

배우 차주영은 영화 <로비>에서 극 중 골프장 대표 사모님인 다미 역을 맡았다. 그녀는 "겉으로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지만, 통제적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 속에서 답답함을 느껴온 인물"이라며 "그러던 중 필드에서 옛사랑을 만나 감춰왔던 감정을 터뜨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나리오에 충실하면서도 선배님들과의 연기 호흡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차주영은 이번 작품에서 하정우와 연기적으로 맞붙는 장면이 없었던 점을 아쉬워했다. 그녀는 "함께 연기할 기회는 없었지만, 준비 기간 동안 리딩을 많이 하면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레퍼런스를 알려주시고, 모르는 부분은 직접 시범까지 보여주셔서 부담스럽지 않게 현장을 만들어주셨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함께 연기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곽선영 "'로비', 유쾌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

배우 곽선영은 극 중 김 이사 역로 "내가 연기한 김 이사는 순전히 기술력으로 승부하려는 윤대표(하정우)에게 로비를 권하는 인물"이라며 "두 사람은 실리콘 밸리에서 함께한 사이로, 윤대표의 기술이 빛을 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선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하정우와 많은 장면을 함께했다. 그녀는 "창욱의 오른팔 역할이라 하정우 선배님과 촬영할 기회가 많았다"며 "하정우 감독님은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생겨도 여유롭게 대처하셨고, 날씨 때문에 추가된 대사도 순발력 있게 조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연기는 눈을 맞추고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곽선영은 로비의 관람 포인트에 대해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도 들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며 "대사에 담긴 말맛을 즐기면서도 그 안에서 ‘삶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같은 묵직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김의성 "영화를 찍으면서 행복하고 즐거웠다"

김의성 배우는 마지막으로 영화 로비 촬영 중 느꼈던 즐거움을 전했다. 그는 "저희가 다들 영화 찍을 때 즐거웠다고 이야기할 텐데, 매일 촬영장에 나가는 것이 정말 즐겁고 재미있었다. 많이 웃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가 영화 찍으면서 느낀 행복과 즐거움이 조금이라도 관객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의 진심 어린 말이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영화 <로비>는 4월 2일 개봉한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