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렇게 멋진 작품을 못 볼 뻔했다니.. 영화 <승부>
[위드인뉴스 김영식]
'바둑황제' 조훈현 국수.
영화 <승부>는 대한민국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 제자 이창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배우 이병헌과 유아인이 각각 조훈현과 이창호로 분해 캐릭터를 표현했다.
80~90년대 전세계 바둑계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바 있는 조훈련 국수는 바둑 영재로 유명했던 이창호 국수를 수제자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창호 국수와의 바둑 대결에서 패한 후 패배의 쓴맛을 제대로 맛본 조훈현 국수는 초석부터 새롭게 다지며,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전설적인 승부사로 거듭난다.
* 국수(國手)는 그 실력이 한 나라에서 으뜸갈 정도로 바둑을 매우 잘 두는 사람을 말한다.

배우 이병헌과 유아인이 선보이는 명연기
일단 '연기의 신' 이병헌은 이번 작품 속에서도 믿고 보는 연기를 펼친다.
연기를 준비하면서 캐릭터가 되기 위해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는 이병헌은 조훈현 국수의 손가락 움직임과 행동, 담배를 입에 무는 행동과 다리의 움직임까지 사소한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는 모습으로 영화 캐릭터에 밀착한다.
"바둑의 본질은 전투, 공격이야" - <승부> 속 조훈현의 대사
이창호 역의 배우 유아인과 붙은 장면이 많은 작품 특성상 둘은 극중 다양한 감정을 주고 받게 되는데 성인이 되어 '돌부처'가 되는 이창호에 비해 승리와 패배를 맞으며 폭넓은 감정기복을 보이는 조훈현을 연기하는 이병헌의 모습은 그가 존재만으로 장르가 된다하는 경험을 또 한번 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이창호 국수를 연기하는 유아인 역시 빛나는 연기로 이병헌의 상대역을 소화한다.
꾹 참고 서서히 조이기며 기다리는 이창호 바둑을 선 보이는 배우 유아인. 그는 이창호 국수의 구부정한 모습과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정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유아인은 그가 벌인 사건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원망스럽고 안타까운 일이었는지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할아버지, 이제 내 바둑을 찾은 것 같아요" - <승부> 속 이창호의 대사
영화 <승부>는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배우 유아인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 수사로 인해 공개가 보류되었고 이후 극장 개봉을 통해 공개된다. 유아인은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되어 석방된 상태이다.
영화 속에서 유아인의 분량은 추가 편집이나 삭제된 것 없이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김형주 감독의 말처럼 있는 그대로 관람하시면 좋을 듯 하다.

바둑 형세를 몰라도 모든 것이 느껴지는 장면들
<승부>는 바둑을 두는 사람들의 영화이다. 그리고 승리와 패배에 대해서 명확하게 대비하여 보여준다.
특히 영화 <승부>에서는 바둑판 위에 돌을 올리는 소리가 청명하게 들리는데 조훈현의 소리는 강하고 공격적인데 비해 제자인 이창호의 소리는 조심스럽고 차분하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고 자신의 바둑을 찾아가는 이창호의 소리는 점점 강해지며 스승의 소리와 동등해지는데 이 역시 작품이 주는 쫄긴한 승부의 맛을 맛보게 한다.
"아니! 이창호가 이겼다고!!" - <승부> 속 천승필의 대사
또한, 두 사람의 대국을 중계하는 이들 중에는 프로야구 캐스터로 활동하는 정우영 아나운서가 등장하며 작품이 주는 승부의 세계를 리듬감있고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품은 두 사람의 정적인 감정 속에 폭발하는 카리스마가 부딪히고 바둑을 해설하는 이들이 등장해 바둑을 전혀 모르는 관객이 봐도 몰입감이 느껴지도록 제작되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티켓팅 하시면 될 것이다.

배우들이 보여주는 빈틈없는 연기와 매끄러운 연출
주연급인 이병헌과 유아인을 제외하고서도 이 작품에는 배우 조우진, 문정희, 고창석, 현봉식 등 다양한 작품에서 맹활약하는 배우들이 등장해 각각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조훈현의 아내 역 정미화 역의 배우 문정희는 승부의 세계에서 미묘하게 변하는 사제지간의 감정을 보며 어떤 감정을 보여야 할 지 망설이게 되는 캐릭터를 개연성 있게 표현한다. 또한, 남기철 역의 배우 조우진은 조훈현과 이창호의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는 인물로 몰아치는 두 사람의 감정 관계에서 두 사람 모두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한다.
그 밖에도 김형주 감독은 영화적 상상력과 역사적인 실제 사이에서 매끄러운 대본을 통해 관객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진행과 한쪽에 감정이 몰리는 연출로 이야기의 훼손을 막았고 이는 현실 속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더 큰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영화 <승부>는 공개까지 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작품이다. 이러한 영화가 가진 생명력은 아마도 이 멋진 작품이 특정인의 이슈로 인해 사라지기엔 아쉽지 않냐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승부>는 3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