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벗어나고 싶지만 빠져드는, 넷플릭스 <악연>
[위드인뉴스 김영식]
벗어나고 싶어도 끝내 빠져나올 수 없는 관계를 ‘악연’이라 부른다.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은 그런 악연으로 얽힌 여섯 인물의 잔혹한 경계를 그리고 있다. 사건은 하나지만, 그 안에는 여섯 개의 욕망이 충돌하고, 여섯 개의 인생이 망가지며, 여섯 개의 악연이 태어난다. 사건은 인물들은 차례로 끌려들고, 각자의 욕망은 점차 파국으로 나아간다.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이 누군가의 삶을 망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가 악인이 된다.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 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악연> 넷플리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일형 감독과 배우 박해수, 신민아, 이희준, 김성균, 이광수, 공승연이 함께한 이번 작품은 각자의 욕망을 가진 여섯 인물이 특정한 사건을 겪게 되고, 그럼으로써 발생하는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악연의 굴레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6명의 인물이 펼치는 짜임새 있는 구조
<악연>은 여섯 명의 인물이 각자의 사연과 욕망으로 얽히며, 복잡한 관계 속에서 악연이 형성되는 과정을 풀어낸다.
1화에 등장하는 ‘사채남’ 역의 이희준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한 달 안에 돈을 갚지 못하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벼랑 끝에 서 있다. 그런 그가 우연히 아버지의 사망보험금 증서를 발견하고,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는 살인을 청부할 인물로 ‘길룡’을 찾아가 제안을 건넨다.
김성균이 연기한 ‘길룡’은 물류센터에서 해고된 후, 고향에 있는 아이를 위해 돈이 필요한 순간 ‘사채남’의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로 인해 악의 고리에 발을 들이게 된다.
‘안경남’ 역의 이광수는 겉보기에는 성공한 한의사이지만, 여자친구 ‘유정’과 함께한 어느 날의 교통사고로 인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사건을 덮으려다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고, 공승연이 연기한 ‘유정’ 역시 사고의 공범이자 목격자로서, 안경남의 선택에 동조하면서 함께 악연에 휘말린다.
박해수가 맡은 ‘목격남’은 우연히 의문의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그 대가로 안경남에게 돈을 받으면서 사건을 무마하려 하지만, 점점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휘말리게 된다.
신민아는 트라우마를 가진 외과의사 ‘주연’ 역을 맡아,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인물과 재회하면서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그녀의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악연의 실체를 예고하며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빈틈없는 악연의 실타래
<악연>은 하나의 큰 이야기(메인 스토리라인)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독립적인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엮인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인 옴니버스 형식과 다른 점은, 각 에피소드가 서로 단절되지 않고 주요 캐릭터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큰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작품은 몰입도를 유지하면서도 다층적인 서사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1편에서 ‘사채남’이 아버지를 살해해 달라고 제안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인물들의 욕망과 선택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불러오며 점차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각각의 사건 속에는 인물들의 절박한 사정과 인간적인 면모가 녹아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하고 시나리오의 힘이 강해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야기 속 악연은 필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우연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그 모든 전개는 충분한 개연성을 바탕으로 진행되어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하다.
지난 3월 31일 열린 <악연>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성균은 “‘길룡’이 가족들에게는 가장이자 울타리인데, 누군가에겐 악인이 되는 걸 보고, 악인과 선인이 각각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그런 부분에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작품을 끝까지 본 후에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안경남의 여자친구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 공승연은 기존 청초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로 기억이 된다면 이번 <악연>에서는 자신도 떠올리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이고 있다. 또한, 그 모습이 잘 소화하고 어울리는 것에 차기작품도 기대하게 한다.
안경남의 여자친구 ‘유정’ 역으로 등장하는 공승연은 그간 청초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배우이다. 하지만 <악연>에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물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 그녀의 연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음을 증명하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광수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는 ‘안경남’ 역할을 맡아 극 중 박해수, 이희준 등 연기파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특유의 개그 캐릭터 이미지를 벗고 진중하고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그가 단순한 예능형 배우가 아닌, 본격적인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특별출연으로 작품에 윤활유를 뿌려주는 배우 조진웅과 김남길은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조진웅은 특유의 존재감으로 극의 분위기를 단단히 잡아주고, 김남길은 이야기의 무게 중심을 잡는 데 기여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은 하나의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던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는 구조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만들어낸 복잡한 관계 속에서 ‘악연’이라는 주제를 파고드는 이 작품은, 끝난 뒤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