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민 PD, "그림 한 장이 시작이었다"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
[위드인뉴스 김영식]
"기안84가 울릉도에 청춘을 위한 민박집을 오픈해서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성장기이다."
넷플릭스 예능 <대환장 기안장> 제작발표회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커뮤니티 마실 3층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넷플릭스 예능 <대환장 기안장>의 연출자 정효민 PD는 이 한 문장으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효리네 민박’ 이후 다시 민박 버라이어티를 꺼내든 그가 선택한 건, 기안84라는 독특한 인물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효리네 민박을 넘어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
정효민 PD는 <대환장 기안장>의 기획 배경을 묻는 질문에 지난 작업을 먼저 꺼냈다.
"제가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를 했었다. 당시 작가님과 모든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보니 기획할 때 함께 이야기를 한다. 민박 버라이어티를 요즘 버전으로 하면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할 때 이효리 분과 했기 때문에 호스트 분의 철학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서 어떤 출연자를 해도 <효리네 민박>보다 재미있을까 할 때 막히는 것이 있었다"고 밝혔다.
기획의 실마리는 기안84에서 시작됐다.
"기안84가 하신다면 될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비슷하게 느끼는 궁금증, 호기심이 들었다. 기존 프로그램과 주인공 한 명이 들어갔을 뿐인데 다른 결로 보였다"고 회상했다.

당시는 기안84가 처음 마라톤에 도전해 화제가 되던 시기였다.
"그것을 보면서 막연히 특별한 분이 아니고 책임감이 느껴졌다. 저분이라면 대환장에서 끝나지 않고 종착역으로 가는 예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고 말했다.
기안84의 그림 한 장, 극비문서가 되다
<대환장 기안장>의 시작은 한 장의 스케치에서 비롯됐다.
"촬영 날짜는 정해져 있었고 공사 시점이 있는데 스케치를 어느 날까지 받아야 하는데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지만 설계를 하는 것은 기안 씨의 몫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촬영 당일 아침.
"기안 씨가 그린 그림을 촬영하는 날이었는데 안 그렸다고 하셔서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하시면서 즉석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더라. 그리고 완성하더라 하면서 보여주셨는데 그걸 보는 순간 저도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는데 이렇게 되겠구나 하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 그림은 곧바로 보안 대상이 되었다.
"이 그림이 저희에게 극비문서 같이 되었다. 그림 설계도로 공사를 한다는 것이 콘셉트였고, 그날 결심한 것이 진, 지예은 두 게스트에게 알리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진 씨는 1/10도 안 드러난 사람"
게스트 섭외에 있어서도 기안84와의 균형이 중요한 기준이었다.
"기안84 씨는 게스트에 따라 색이 바뀌는 면이 있었다. 기안84의 보여지지 않은 다른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조합이면서 그분들도 기안에게 눌리거나 말려서 흘러가지 않는 자기만의 색이 확실한 게스트를 모시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예은은 기안84가 직접 추천했고, 진은 인간적인 매력이 매체에 드러나지 않은 인물로 선택됐다.
"진 씨는 너무 유명한 아이돌일 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 자체가 대중들에게 1/10도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았다. 진 씨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진의 출연은 극비리에 이뤄졌다. "처음 만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 기안84와 지예은 씨에게 진 씨가 섭외되었다는 말을 하지 않기도 했다"고 밝혔다.
"기안이 자초한 어드벤처…가성비 최고의 봉"
기안장이 울릉도에서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변수가 있었다.
"경우의 경우의 경우까지 생각했었다. 기안84 씨도 예측 가능하지 않고 예측하게 현실 제한을 하면 재미없으니 열어두어야 하고 선택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데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태풍이 올라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흐름을 그림 한 장에서 확신했다.
"저는 설계를 처음 봤을 때 이 그림을 보면서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기안이 자초한 어드벤처물이 되겠구나 싶었다. 저희는 그대로 지어드리고 그 정도를 기대했다. 여기서 고난이 생기고 직원들과 이야기가 생겨나겠구나 했었고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치는 ‘봉’이었다.
"이것을 현실로 구현하면서 적지 않은 제작비가 들어가게 된다. 봉으로 인해서 가까워지고 이야기할 것들이 생기면서 기안장의 다음 시즌이 있다면 이런 가성비 높은 아이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호스트 기안84, 자신도 몰랐던 면 발견"
정효민 PD는 기안84가 점차 호스트의 태도를 갖춰가는 모습에서 이효리와의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효리 씨와 공통점이 있었다. 숙박객을 본인이 설계한 집에 모시는 호스트가 되면 불편한 것이 없는지 살피는 것들이 있었다. 기안 씨도 스스로도 그럴지 몰랐다고 했고 입성하면서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하게 되면서 그런 면이 호스트가 갖는 공통점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안84만의 고유한 매력을 강조했다. "이효리 씨와 다르게 기안84 씨는 자신만의 언어가 있었던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프로그램이 다루는 ‘청춘’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기안 씨는 청춘들을 만나고 싶어했고, 프로그램 안에서 만난 청춘들은 나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의미에서 청춘을 생각할 수 있는 분들을 모셨다. 그런 면을 보시면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