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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카모토 유지 작가, 진심이 머문 대사로 관객을 물들이다…영화 '첫 번째 키스'

스토리 팩토리 2025. 4. 20. 12:31

[위드인뉴스 김영식]

타인이었던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 단순하고도 기묘한 사실에서 사카모토 유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혼, 사랑, 권태, 추억, 그리고 바람과 용서의 감정까지 그는 언제나 사람 사이에 생기는 틈과 온기를 놓치지 않는다.

이야기는 한 여자의 상실에서 시작되지만, 끝내 한 사람의 성장을 따라간다. 사카모토 유지의 세계는 늘 그렇게 슬픔과 웃음이 나란히 앉아 있고 그는 눈물 속에서 웃음을, 웃음 뒤에서 쓸쓸함을 끌어올린다.

영화 제목인 <첫 번째 키스>, 이 모순된 제목처럼, 우리의 감정도 어디쯤에 놓여 있을 것이다. 사카모토 유지 작가는 영화 <첫 번째 키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인간관계'라는 오래된 주제를 신선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혼 위기의 부부가 시간과 기억을 넘어 재회한다는 이 영화는, 그만의 감성적이고 정교한 필체로 보는 이들의 감정을 뒤흔든다.

일본 시나리오 작가 사카모토 유지는 영화 <첫 번째 키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인간 관계의 복잡함과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이번 작품은 이혼 위기에 놓인 부인이 사고로 남편을 잃고, 우연히 15년 전의 그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따뜻한 판타지이자 치유의 드라마다.

이번 인터뷰는 서면을 통해 진행되어 공개한다.

"결혼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유지하기 어려운 관계"

일본을 대표하는 시나리오 작가 사카모토 유지는 신작 영화 <첫 번째 키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인간관계'라는 오래된 주제를 신선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혼 위기의 부부가 시간과 기억을 넘어 재회한다는 이 영화는, 그만의 감성적이고 정교한 필체로 보는 이들의 감정을 뒤흔든다.

사카모토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이라는 관계의 복잡성과 미묘함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타인이었던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 형태가 인간관계를 그려냄에 있어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부 문제는 보편적이면서, 쉽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미디어캐슬



"45세 배우와 29세 배우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첫 번째 키스>는 15년 전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독특한 설정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사카모토 작가는 이 발상 역시 '캐스팅'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배우들의 조합이 가장 먼저였다. 45살의 배우와 29살의 배우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면 재미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나왔다"고 말하며, 작품의 시작점이 고정된 스토리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작가조차 놀랄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다고 한다. 그는 영상으로 구현된 장면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감동을 이렇게 전했다. "두 남녀 배우들이 각각 45살과 29살란 나이의 설정에 맞게 연기한 부분이다. 목소리나 자세, 동작의 속도에 따라 그 정도로 훌륭하게 표현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놀랐다"고 했다.

운명을 바꿀 수 없는 설정…변하는 건 '마음'

관객들 사이에서는 "주인공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면?"이라는 가정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사카모토 작가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것은 결정되어 있고, 무엇을 하든 똑같은 곳에 도달한다는 주제 하에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바뀌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칸나가 ‘처음에 바랐던 것’이다"고 밝혔다. 이는 이 작품이 단순한 시간여행물이 아닌, 인물 내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창작의 비결은 '주변의 격려'

사카모토 유지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꾸준한 창작활동을 이어오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아왔다. 그는 왕성한 활동의 비결을 겸손하게 설명했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 능력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주위의 격려를 받으며 좋은 것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기대가 없다면 창작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일 창작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사카모토 작가는 앞으로의 협업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아주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도 훌륭한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나오고 있다.

그리고 나름 일본에서는 경력적으로 베테랑이기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젊은 세대들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창작을 잇는 다리가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각본을 뛰어넘는 연기를 해준 두 배우"

사카모토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마츠무라 호쿠토와 마츠 타카코, 두 배우의 연기를 극찬했다. 그는 "두 사람 모두 훌륭한 배우로서 이미 평가받고 있다. 저는 두 사람의 매력을 끌어내기 위해서 썼고, 각본을 뛰어넘는 연기를 해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미디 부분 같은 것은 현실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런 장면이야말로 두 사람의 섬세한 밸런스 조정이 발휘된 것 같다. 특히 개들이 에워싸는 장면이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감정을 기반으로 쓴 이야기… "경험보다 중요한 건 감정"

작품 속 공감을 자아내는 대사들에 대해 사카모토 작가는 실제 경험이 아닌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이야기를 쓰든 경험을 살리는 편이다. 경험이라기보다 감정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제 안에서 생겨났던 웃고, 화내고, 울었던 때의 감정을 기반으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간관계에 대해 "결혼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는 항상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실하게 마주하면 영화가 될만한 감정이 생겨날 것이라 느낀다"고 밝혔다.

"쓸쓸한 감정을 강조했다…그것은 훌륭한 감정이다"

사카모토 작가는 매 작품마다 다른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창작 철학을 강조해왔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쓸쓸한 감정을 더 전면에 드러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저는 따뜻한 마음과 쓸쓸한 마음은 진자(振子)와 같아서 두 개 다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따라 그 두 개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소중한 감정으로 그리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쓸쓸해진다는 것은 굉장히 훌륭한 일이라고 느낀다. 아마 이번에는 그걸 좀 더 강조했을 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지만, 그것을 그저 토해내는 것이 아니라 언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를 탐색하고 숙성시킨다면 이윽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뀔지도 모를 것이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건 인간의 연약함…그래서 웃음도 눈물도 나온다"

<첫 번째 키스>는 감정의 깊이를 웃음과 눈물이라는 두 축으로 함께 풀어낸다. 사카모토 작가는 이 감정의 전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웃음과 눈물은 마음속의 같은 장소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것이 아니고 우선은 마음이 움직이고, 흔들리고, 동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웃음이든 눈물이든 인물의 감정을 제대로 움직이게 만들어 두면, 순식간에 뒤집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은 여리고 연약하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연약한 존재로서 인간을 그리다 보면, 웃음도 눈물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더라"고 밝혔다.

"음식은 일상의 일부일 뿐…하지만 가까운 것에 의미가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만두, 밀푀유, 빙수 등 다양한 음식에 대해 사카모토 작가는 특별한 상징보다는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라고 전했다. 그는 "글쎄? 아마도 생활을 그려내는 중에 등장하기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것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첫 번째 키스>는 삶의 상실과 회복, 관계의 거리와 밀도를 다루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을 향한,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다.

사카모토 유지 "한국과 더욱더 친해지기를 바란다…진심이 전해졌다면 기쁘다"

일본을 대표하는 시나리오 작가 사카모토 유지는 영화 <첫 번째 키스> 개봉에 즈음해 한국 관객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그는 자신의 작품들이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 기쁘다. 나 역시 한국 작품을 아주 좋아한다. 우리가 더욱더 친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저의 진심과 호의가 전해진 것일지도 몰라, 조금 쑥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첫 번째 키스는 평생 추억이 될 영화를 만들자는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첫 번째 키스>는 이혼 위기의 중년 부부가 시간과 기억을 넘어 재회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카모토 작가는 이 작품의 출발점을 '추억이 되는 영화'로 만들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첫 번째 키스>는 평생 추억이 될 영화를 만들자는 이야기에서 시작된 작품입니다. 이혼 위기의 권태기 중년 부부. 그 부인이 시간을 넘어, 젊은 시절의 남편을 다시 사랑하는 이야기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건 바람일까? 아니면 부부애? 부부의 이야기인데 타이틀이 첫 번째 키스라니 무슨 말이야? 그런 모순된 감정에 가슴 설레며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각본을 썼습니다"고 덧붙였다.

최고의 캐스트, 최고의 에너지와 함께한 영화

사카모토 작가는 이번 작품이 훌륭한 배우들과 츠카하라 아유코 감독의 에너지 덕분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캐스트와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과 츠카하라 감독님의 무궁무진한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만나, 저 또한 완성된 영화를 볼 날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고 소회를 전했다.

끝으로 그는 <첫 번째 키스>가 세대를 아우르는 감정을 담고 있음을 강조하며 관객들에게 관람을 권했다.

"지금 사랑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 사랑을 동경하는 사람, 그런 일도 있었지 하고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사람 모두 함박웃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기대의 허들을 최대로 올리고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인사를 마무리했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