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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자간담회] 김형주 감독, "출구의 빛이 보이는 기분" 영화 '승부'

[위드인뉴스 김영식]

19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승부>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김형주 감독, 이병헌,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승부>는 대한민국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 제자 이창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배우 이병헌과 유아인이 각각 조훈현과 이창호로 분해 캐릭터를 표현했다.

김형주 감독 "바둑을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영화 만들고 싶었다"

김형주 감독은 개봉 소감에 대해 "기본적으로 잊지 않았던 것은 바둑을 모르는 분들도 영화를 보는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었다"며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고,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서 영화를 세상에 내놓게 되어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영화 <승부>는 대한민국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이 제자 이창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이병헌과 유아인이 각각 조훈현과 이창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형주 감독(좌측)


실존 인물과 영화적 해석

김 감독은 "조훈현, 이창호 두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큰 틀에서 그들의 모습을 담되, 영화적 해석을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훈현 국수는 영화 속 모습처럼 몰아붙이는 훈육을 하지는 않으셨고, 어린 시절 이창호 국수도 자서전에서 '바둑을 접하기 전에는 쾌활했다'는 문구가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해석했다"며 "이창호가 본인의 바둑을 찾기 전까지는 보다 아이다운 모습을 보이도록 고증 안에서 절충했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 속 바둑 대국을 연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첫 대결은 두 사람의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고, 마지막 파이널 대국은 승부에 초연해진 두 사람이 바둑을 즐기는 모습을 담았다"며 "스포츠 중계를 보듯이 템포감을 추가해 관객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창호 국수 캐릭터와 극적 연출

김 감독은 "이창호 국수는 어려서부터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의 바둑을 찾아가는 여정에 몰두해 내면으로 들어가는 인물로 설정했다"며 "어린 나이에 연장자들과 대국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방어기제가 발현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화 속 남기철 9단 캐릭터에 대해 "자료 조사를 하면서 월간 바둑을 70년대부터 정독했는데, 마치 무협지에 나올 것 같은 기사들이 많았다"며 "그런 여러 캐릭터를 조합해 창조해낸 인물"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극적 효과를 위해 실제 있었던 일의 타이밍을 조정한 부분이 있지만, 조훈현과 이창호 국수의 이야기는 큰 틀에서 고증을 지키려 했다"며 "극영화인 만큼 선택의 여지가 있었지만, 최대한 실제 이야기를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김형주 감독, '승부' 개봉 소회…"출구의 빛이 보이는 기분"

김형주 감독이 영화 <승부> 개봉을 앞둔 소회를 전하며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김 감독은 "이병헌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며 "물론 그에 따른 부담감도 컸다"고 말했다.

이어 유아인 배우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배우로서 무책임하고 실망스러운 사건이었다"며 "배우이기 이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못을 범했고, 처벌을 받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당시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영화의 대사처럼 지옥 같은 터널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막막했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는 승부의 개봉을 앞두고 "그래도 출구 쪽에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고, 개봉이라는 빛이 보여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라며 "저 못지않게 배우와 스태프들도 개봉을 기다려왔기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에게 작품을 어떻게 봐주었으면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선택은 대중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주시면 좋겠다는 어려운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영화가 나오기 전에 먼저 따뜻하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병헌 "정적인 가운데 폭발하는 감정, 가장 신경 썼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 9단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이병헌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여러 자료 화면을 보면서, 정말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한 일들이 실화로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두 레전드가 이러한 사연과 과정을 겪었다는 점이 흥미로워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촬영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바둑판 앞에서 거의 감정 변화 없이 모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정적인 가운데 폭발하는 감정과 극단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은 움직임, 눈빛의 떨림 속에서 크게 움직이는 감정을 담아내야 했던 점이 어렵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재미를 느낀 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조훈현 9단의 인생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했다. 이병헌은 "조훈현 국수님은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고, 이후에도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며 "그런 분이 직접 가르친 제자에게 패한 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과정은 단순한 한 줄 대사가 아니라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감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감정을 읽어가고,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승부의 세계, 올인과도 닿아 있다고 느꼈다"

이병헌은 승부를 통해 2년 만에 극장에 복귀하는 소감을 전하며 "영화를 만들고 처음 관객들에게 선보일 때는 언제나 긴장되지만, 이번에는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 사실 자체가 너무 설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조훈현 9단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인 차민수 선생님이 조훈현 9단과 어린 시절부터 절친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조훈현 선생님도 ‘진짜 친한 친구’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이 영화가 엄청난 승부와 도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올인>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에 대해 묻자, 이병헌은 "내가 맡은 조훈현 9단보다도 문정희 배우가 맡은 역할이 가장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 집에서 남편과 아들처럼 키운 제자가 결승에서 맞붙게 되었을 때,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길에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돌아올 때의 감정은 어떨까?"라며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촬영할 때도 그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이병헌은 연기에 대한 자신의 철학도 전했다. "바둑은 승패를 가리는 경기지만, 연기는 상대방이 잘할수록 나도 빛날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후배와 함께 연기하는 것은 영화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병헌 "바둑 고수들의 습관과 태도를 관찰하는 데 집중했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 9단을 표현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밝혔다.

이병헌은 "제가 바둑을 잘 두는지보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의 눈빛, 행동, 손짓, 마음가짐을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패배가 예상될 때의 느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순간 나오는 버릇들을 찾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둑판을 익숙하게 다루기 위해 연습을 거듭했다고도 밝혔다. "바둑알을 놓고 치우는 기술은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집에 바둑판을 두고 아들과 오목을 두면서 돌을 놓고 치우는 동작을 익혔다"고 덧붙였다.

캐릭터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순간도 있었다. "처음 8:2 가르마로 분장하고 거울을 봤을 때 시대적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며 "하지만 현봉식 배우를 보자마자 '아,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아인은 과묵한 후배… 함께 연기하며 몰입할 수 있었다"

이병헌은 유아인과의 호흡에 대한 질문에 "유아인 배우와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궁금했고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유아인 배우는 생각보다 과묵한 후배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거나 많은 회식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면서도 "현장에서 역할에 몰입하고 리허설을 하며 대사를 맞춰가는 순간 진지한 모습들을 보여서 저 또한 그 안에 빠져드는 것이 용이했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우진 "진정성 있는 목격자가 되려 했다"

배우 조우진이 영화 <승부>에서 바둑 기사 남기철 역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이병헌 선배님과 함께하며 화려한 타이틀 방어전을 목격한 느낌이었다"며 "이 영화에는 명언이 많은데, 배우들이 대사를 할 때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을 직접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저는 그림자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청자이자 화자로서 순간들을 진정성 있게 목격하고, 그 감정을 호흡으로 담아내려 했다"며 "그런 부분들이 사제 대결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조우진은 극 중에서 조훈현과 이창호에게 중요한 조언을 건네는 장면이 있었다며,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깊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국수님께 생각과 마음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조언하는 역할이었다"며 "어떻게 하면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께 여러 시도를 해보겠다고 말씀드렸고,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무심과 성의 사이에서 어떤 방식이 더 적절할지 끝까지 고민하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문정희 "조훈현 국수의 아내이자, 두 사람을 품은 존재로"

배우 문정희가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 국수의 아내이자 실존 인물인 정미화 역을 맡으며 느낀 감정을 전했다.

"정미화 역을 연기하면서 당차고 조훈현 국수님과 같은 마음을 가졌지만, 이창호가 등장하면서 복잡한 상황 속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기할 때도 그런 어려움이 있었다"며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였던 순간들이 있었고, 그 망설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문정희는 극 중 정미화의 위치가 결코 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집에서 이창호의 어린 시절을 함께하며, 조훈현 국수의 아내로 존재하는 것이 어려운 위치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이창호가 스승을 이겼을 때, 조훈현 국수의 옆에서 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더 당차고, 두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성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감정들이 영화에서 잘 표현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고창석 "바둑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천승필 역 배우 고창석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인 만큼 승부가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승필 캐릭터에 대해 "천승필은 바둑을 사랑하고 바둑 프로기사를 사랑하는 인물로, 주인공 두 사람보다 기쁠 때는 더 기뻐하고 슬플 때는 더 슬퍼하는 인물"이라며 "그런 감정을 살려 연기하려 했다"고 밝혔다.

고창석은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바둑에 대한 관심을 갖기를 바랐다.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바둑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거나, 바둑이 이렇게 치열한 게임인지를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며 "바둑을 사랑하는 인물로서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현봉식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기를"

이용각 역 배우 현봉식은 "저희 영화가 많은 분들에게 감정을 잘 전달했으면 좋겠다"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제가 이런 큰 역할을 해도 되나 생각했고,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기에 해가 되지 않게 참여하고 싶었고, 바둑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바둑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바둑 알을 놓는 것부터 연습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촬영을 못 해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며 "준비는 많이 했지만 보여드린 것이 많지 않아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배우들과 감독의 마지막 인사

마지막으로 김형주 감독과 배우들은 작품을 마친 소감과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병헌은 "우여곡절 끝에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나게 되어 참여한 배우로서 설레고 기분 좋은 순간인 것 같다"며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것이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인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정희는 "이 영화가 세상에 보여지게 되었다는 것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우진은 "제작발표회 때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당시에 담았던 감독님, 모든 스탭, 배우들의 진정성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들을 봐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故 남문철 선배님도 개봉하는 이 순간을 잘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형주 감독은 "오늘 울면 어떡하나 하면서 왔다"며 "이병헌 선배님과 내노라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극장에서 만나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화 <승부>는 3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