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인뉴스 김영식]
서울시립교향악단(대표이사 정재왈, 이하 서울시향)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2025년 재단법인 설립 20주년과 창단 80주년을 기념해 국내 최초로 대한민국 차세대 지휘자 특별 양성 프로그램 '지휘 펠로십'을 공개했다.
이날 연습실에는 얍 판 츠베덴(이하 츠베덴) 음악감독이 참관한 가운데 지휘 펠로십에 참가한 지휘자가 서울시향을 앞에 두고 자신의 지휘를 선보였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박자가 적합했는지 세밀하게 지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향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지휘 펠로십’은 2월 25일(화)부터 27일(목)까지 3일간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진행된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8명의 참가자는 서울시향 리허설을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며, 츠베덴 음악감독의 개별 지도를 비롯해 지휘법, 곡 해석 등 지휘자로서 갖춰야 할 소양을 전수받는다.
츠베덴 "새로운 세대에 기회를 주는 것이 의무"
공개 리허설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츠베덴 음악감독은 '지휘 펠로십'의 취지와 목표에 대해 밝혔다. 그는 "저는 지휘자들에게는 새로운 세대의 지휘자를 가르치고 오케스트라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 제가 젊었을 때도 비슷했다"며 "젊은 지휘자들이 어떻게 지휘를 배울까 생각하면 같이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휘자들이 혼자 준비할 수 있고, 피아노로 연습할 수 있지만 실제 오케스트라 앞에서 함께 연습하고 리허설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지휘자들이 오케스트라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악의 대사 역할, 새로운 세대에게 물려줘야"
츠베덴 음악감독은 자신이 남기고 싶은 유산에 대해 "제가 음악감독으로 남기고 싶은 유산은 젊고 재능 있는 인재들이 좋은 지휘자로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라며 "히딩크 감독이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아는 것을 새로운 세대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 저는 우리 지휘자들은 음악의 대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불과 며칠 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지휘자들이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재능 있는 젊은 지휘자들에게 가르치고 싶다. 훌륭하게 시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선택할 것"
이번 펠로십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지휘자는 27일 금요일 연주에 참여하게 된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기자들이 금요일 연주에 어떤 지휘자가 연주하는지 물을 수 있는데 저는 모든 것을 제공할 것이다. 결국 투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할 예정이다"라며 "저는 투표에 참가하지 않고 오케스트라 멤버들의 투표로 선정될 예정이다. 어떤 지휘자가 선택될지 저도 궁금하다"고 전했다.
8명 선정 기준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지휘 펠로십'에 참가한 8명의 지휘자 선정 기준에 대해 "오케스트라 지휘 펠로십을 위해서 8명의 지휘자를 선정했다"며 "선정하는 기준은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지휘자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지휘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미국 등지에서 작업했던 지휘자, 줄리어드 등 다양한 학교 출신을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펠로십에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지휘자들이 참가해 이목을 끌었다.
"성장 가능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참가자들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사람에 따라 성장 속도가 느리거나 빠를 수 있다. 지휘자들이 내적으로 어떤 성장 속도를 보이는지, 우리가 바로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만났던 지휘자들 중에는 처음에는 불확실했는데 나중에는 훌륭한 지휘자로 성장한 것을 봤다. 사람마다 성장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결과는 몇 년 뒤에나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츠베덴 음악감독은 "5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든 지휘자들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는 의심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젊고 영리한 여성 지휘자들이 참여하고 있어서 기쁘다"며 젊은 세대의 다양한 인재들이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을 기대했다.
"디테일이 완벽한 연주를 만든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지휘 펠로십' 프로그램에서 어떤 부분을 교육하고 있는지에 대해 "서울시향은 이미 훌륭한 교향악단으로 생각한다"며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결국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와 같이 작업할 때 곡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연주를 멈추고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더 나은 연주로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며, 지휘자는 교향악단을 더 나은 연주로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이번 주 교육에서 "곡의 디테일"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악기의 특성과 연주와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 지휘자가 알아야 하며,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휘자는 강력한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파워나 권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강렬한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음악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지휘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음악의 대사이자 겸손한 전달자"
츠베덴 음악감독은 참가자들에게 "지휘자들은 음악을 전달하는 대사"라고 강조하며 "우리 스스로가 지휘자가 작곡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케스트라는 권위를 원하지만, 그 권위는 지휘자가 가진 지식으로 더 나은 연주를 제시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생겨난다고 생각한다"며 "권력으로 얻는 것이 아닌 음악적 이해와 해석을 바탕으로 한 권위"임을 설명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지휘자는 곡의 디테일을 알고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하며, 감정 전달의 강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케스트라가 원하는 권위는 지휘자가 가진 지식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더 나은 연주를 제시할 수 있는 것에서 자연스럽게 존중받는 권위가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서두르지 말고 음악에 집중하라"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젊은 지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으로 "성급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젊은 지휘자들을 보면 이미 젊은 나이에 좋은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지휘자를 볼 수 있다"며 "제가 만나게 되는 젊은 지휘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하지 마라.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페라리 스포츠카를 너무 빠르게 몰다 보면 주변을 볼 수 없다. 여유를 두고 서두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라며 "경력을 쫓아다니지 말라. 자연스럽게 음악에 집중하다 보면 경력은 따라온다"고 조언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젊은 지휘자들이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지휘의 기쁨을 간직했으면 한다"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저는 젊은 시절 연주회가 끝나고 방에 돌아오면 총보를 보면서 음악을 즐겼다. 제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라며 "운동선수라면 팀이 좋은 성적을 낸 이후 더 연습할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일을 사랑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저는 오늘도 오케스트라 작업을 통해서 무엇을 배울까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며 끝없는 배움에 대한 자세를 강조했다.
"다음 세대 지휘자들을 응원해달라"
츠베덴 음악감독은 "다시 한번 오늘, 서울시향은 한국의 다음 세대 지휘자들을 찾고 있다.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서울시향의 '지휘 펠로십' 프로그램이 차세대 지휘자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지휘자들에게 지지를 보내주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젊은 지휘자들이 어떤 경력을 쌓아가는지 그들의 행보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향의 '지휘 펠로십'은 젊은 지휘자들에게 음악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츠베덴 음악감독의 철학과 조언은 참가자들에게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의 방향성까지 제시하며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공개형 '지휘 펠로십'의 이유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지휘 펠로십' 프로그램을 공개 형태로 진행한 이유에 대해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서울시향은 모든 문을 열어두고 있다. 비밀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공개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일단 훌륭한 지휘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이다"라며 "많은 관객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리고 좋은 지휘자를 알리고 싶고, 이번 주 금요일 연주회에 관객들에게도 젊은 지휘자들을 소개하고 싶기 때문에 공개적인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지휘자들이 폐쇄적인 마스터클래스로는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휘자는 대중의 판단을 받는다. 언론의 판단을 받고 오케스트라 단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그래서 공개적인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케스트라에게도 배울 수 있다.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지휘자가 섰을 때 본인이 알고 하는지, 모르고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며 "언론과 관객, 오케스트라 등에서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에게는 최고의 수업"이라고 강조했다.
"서로에게 배우는 기회"
이번 지휘 펠로십에는 8명의 참가자가 참여했으며, 츠베덴 음악감독은 참가자들 간 상호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지휘자가 못하거나 틀린 부분을 보면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게 되고, 잘한 부분이 있으면 본인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지휘자는 대중의 판단을 받고, 오케스트라 단원의 평가도 받는다"며 "이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지휘자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기술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서울시향은 훌륭한 지휘자를 알리고, 차세대 음악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공개적인 방식을 통해 지휘자들이 실전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휘자들이 언론, 관객, 오케스트라 등에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학습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한국의 차세대 지휘자들을 응원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향의 '지휘 펠로십'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참가자들이 무대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츠베덴 음악감독의 교육 철학과 비전은 차세대 지휘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으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2월 28일(금)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전석 초대 공연으로 진행된다. 서울시향 누리집을 통해 지난 2월 11일(화)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초대 신청이 30분 만에 마감되며 뜨거운 인기를 과시했다.
김영식 withinnews01@gmail.com
'아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 서울시향 지휘 펠로십 참가자들의 배움과 도전 (0) | 2025.02.28 |
---|---|
캐나다 국립 아트센터 오케스트라 with 손열음, 5월 31일 공연 (0) | 2025.02.28 |
[리뷰] 미술관을 끊임없이 진화하는 환경으로, 피에르 위그 전시 ‘리미널(Liminal)’ (0) | 2025.02.27 |
연극 <불란서 특파단>, 03월 27일 ~ 04월 06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공연 (1) | 2025.02.26 |
한국 현대무용의 거장, 안은미 <드래곤즈> 영국 댄스 컨소시엄을 통한 8개 지역 투어 나서 (3) | 2025.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