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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리뷰] 재치 있는 소통과 황홀한 울림이 공존하는 곳, '2025 오르간 오딧세이Ⅰ. 팬텀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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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뉴스 이여경]

무대에 놓인 오르간 콘솔이 돋보이는 가운데,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득 찬 객석은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활기를 띤다.

2017년에 시작된 롯데콘서트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오르간 오딧세이>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 형식으로, 콘서트가이드가 직접 오르간 내부로 이동해 연주자와 소통하며 악기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시연하는 등 구조와 원리를 점차 알아가며 오르간 음악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오르간에 조명이 비추어지며 연주가 시작되자, 스크린이 박준호 오르가니스트의 손을 담아 그의 테크닉과 4단의 손건반 간 이동하는 모습을 크고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손으로 연주되는 음색과 발 건반으로 울리는 저음역의 웅장한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강렬하고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파이프 오르간과 ‘팬텀’

이번 공연은 ‘팬텀’을 주제로 삼아 클래식 가곡과 익숙한 뮤지컬 넘버를 선곡하여 바리톤과 오르간의 연주로 특별한 매력을 선사했다. 아티스트들은 장르를 넘나들며 기량을 빛내어 더욱 풍성하고 감동적인 경험을 만들어냈다.

첫 무대는 ‘오페라의 유령 테마’로, 꽉 찬 화성과 음색으로 음향적 기대를 충족시키며 뮤지컬에서 느낀 감동을 다시 한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오르가니스트는 여러 건반에서 손과 발을 이동하며 다채롭고 풍성한 소리로 연주했다. 실제 파이프오르간으로 감상하는 익숙한 주제 선율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재치 있는 소통과 감격이 공존하는 무대

클래식 무대와 뮤지컬 신을 누비는 바리톤 안갑성은 오페라와 뮤지컬의 다른 점을 비교하기 위해 같은 곡의 구간을 불러주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또 슈베르트 가곡 ‘마왕’의 1인 3역을 소화할 때, 아이를 꾀기 위해 달콤하지만 결국 본색을 드러내는 마왕의 목소리, 두려움에 질린 아이의 목소리, 해설자까지 그의 표정과 제스처는 각 역할의 감정을 잘 전달했다.

연주 시작 전 곡의 내용을 설명하기도 하며 어린 관객들도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왔다.

피아노와 성악이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는 ‘마왕’의 기존 구성과 비교했을 때 오르간의 연주는 더욱 직접적이었는데, 68개의 스톱을 적절히 활용하여 여러 가지 음색들로 펼쳐 내어 마치 오케스트라 버전인 것처럼 신선하게 다가왔다.

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른손의 옥타브 연타 테크닉을 소화한 오르가니스트는 연주를 마친 뒤 "마왕이 나의 팔에 온 것 같았다"라며 재치 있게 표현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는 만큼 들리는 오르간의 미학

콘서트가이드 김경민의 진행 아래 오르간의 구조와 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인 뒤 감상을 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오르간 음악의 미학에 빠져들게 했다.

충분한 가이드를 한 후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스크린을 올려 오르간 파이프의 전면부가 보이게 하자 관객석에서 작은 탄성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본 연주는 관객들에게 ‘팬텀’이라는 존재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주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전율이 더욱 자주 찾아오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그 감동은 공연 내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콘서트가이드가 오르간 내부를 살피고 무대로 이동하는 동안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모스크바의 종'이 연주되었는데, 마치 차가운 모스크바에서 경험하는 오한처럼 시린 전율이 연주 내내 지속될 만큼 강렬했다.

이후 고딕 양식의 첨탑처럼 고음으로 치닫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넘버들과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이 연주될 때 무대 위엔 바리톤과 오르가니스트, 두 명의 연주자 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르간의 웅장함과 쭉 뻗어나오는 두성의 울림에 쾌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오르간 오딧세이 Ⅰ. 팬텀 오르간>은 오르간의 매력을 조명해 음악의 이해와 몰입을 더해가며 전율을 자아내는 친절하고도 깊이 있는 공연이었다. 이에 환상적인 목소리까지 더해져 관객들에 황홀한 경험을 선사했다.

<2025 오르간 오딧세이>는 8월, 12월에 각각 Ⅱ. 배틀 오르간과 Ⅲ. 엔젤 오르간 공연이 남아 있다. 재미와 감동, 유익함과 퀄리티를 갖춘 이 시리즈를 만나보길 추천한다.


공연정보

2025년 2월 26일(수) 11:30
콘서트가이드 김경민
파이프오르간 박준호
바리톤 안갑성

PROGRAM

비에른, 24개의 환상소품집 중 ‘유령(팬텀)’
슈베르트, 마왕
오페라의 유령 테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대성당의 시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중)
지금 이 순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중) 외


이여경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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