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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국립무용단, 신작 <미인> 공개 "미래의 고전을 만드는 과정"

[위드인뉴스 김영식]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 신작 <미인>의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연습실 공개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창작진과 언론과 질의응답을 통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인>은 국립무용단이 2025년 공개하는 첫 번째 신작으로 국내 각 분야 예술계를 대표하는 창작진과 함께 한국춤에 내재된 아름다움의 가치를 새롭거 조명한다.

양정웅 연출,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

국립무용단이 신작 미인을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전통 춤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연출을 맡은 양정웅은 "관객들이 무용을 더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밝혔다.

양 연출은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한국 민속무용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국립무용단에서 많이 보여주지 않았던 춤들을 모티브로 삼아 새로운 시각적 미장센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연, 묵향과 비교되면서도 차별화된 작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작품의 창작진을 "어벤저스"에 비유하며 "민속무용 자체가 다양한 계층과 지역성을 담고 있는 만큼, 작품에서도 충돌과 갈등, 조화를 통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무용수들의 역량을 강조

이번 미인은 국립무용단 여성 무용수들의 기량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양 연출은 "기획 단계에서 여성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많이 들었고, 개인적으로도 스우파 같은 프로그램을 팬으로서 즐겨 봤다"며 "21세기적 감각을 담아 한국무용의 새로운 미인상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미인의 모습이 아니라, 여성 무용수들이 민속무용을 통해 흥과 에너지를 보여주면서 신(新) 미인도를 그려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무용단 <미인> 연습실 공개현장




전통 춤의 재해석

작품에는 전통 춤의 새로운 시도가 곳곳에 담겼다. 양 연출은 "강강수월래를 관객들이 예상하는 엔딩이 아니라 1막의 마지막 장면으로 배치했고, 원래 남성 무용수들이 주로 추던 탈춤을 여성 무용수들과 함께하는 페스티벌 피날레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안무를 맡은 정보경 안무가는 "전통을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새로운 해석으로 재창작했다"며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무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정보경 안무가, "미래의 고전을 만드는 과정"

국립무용단 신작 미인은 한국춤의 근원을 바탕으로 동시대적 감각을 더해 '우리의 미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안무를 맡은 정보경 안무가는 "세월을 관통하는 몸의 기억이 있다"며 "국립무용단 단원들의 몸에 쌓인 기억이 이번 안무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정 안무가는 "국립무용단은 미래의 고전을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속춤이라는 익숙한 레퍼토리를 어떻게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할지 관객들이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안무가로서 민속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에 있다"며 "단원들이 몸으로 쌓아온 움직임이 워낙 좋아서 저는 터치만 하는 정도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춤과 의상의 조화

이번 작품에서는 의상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정 안무가는 "서영희 선생님의 의상이 너무 아름답다"며 "무용 의상을 통해 춤의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도 있다.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움직임이 탄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몸으로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훌륭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 이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영광스럽다"고 전했다.

탈을 벗은 탈춤, 개성을 살린 움직임

미인의 탈춤 장면에서는 기존과 달리 무용수들이 탈을 쓰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정 안무가는 "탈을 쓰지 않더라도 몸의 에너지와 움직임이 이미 춤을 해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연출님과의 미팅 때부터 이 방향을 논의해왔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탈춤이 완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국립무용단 단원들의 가장 큰 매력은 동일한춤을 추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라며 "이를 의도적으로 통제하지 않고, 그 자체로 조화를 이루며 재해석하는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과 함께하는 무대

이번 작품은 무용수뿐만 아니라 대중도 함께 스며드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정 안무가는 "춤에 깊이 빠져 있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러 오겠다고 연락을 주셨다"며 "그분들께 한국 무용수가 얼마나 멋있는지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 <미인> 연습실 공개현장




신호승 무대디자이너, "한국무용의 섬세한 움직임을 담다"

국립무용단 신작 미인의 무대 디자인을 맡은 신호승 디자이너는 이번 작업이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도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권위 있는 국립무용단에서 최고의 창작진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평소 3분짜리 영상 작업을 위해 빠른 호흡으로 디자인해왔지만, 이번에는 두 달 이상 집중하며 무대 공간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한국무용의 선을 살리는 무대

이번 무대 디자인의 핵심은 한국무용 특유의 여성적인 춤선과 다양한 의상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신 디자이너는 "한국무용에서는 의상과 춤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부각할 수 있도록 간결한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조명과 조형의 움직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무대를 구성하고자 한다"며 "무대 자체가 춤을 추듯 작품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서영희 의상·오브제 디자이너, "춤과 함께 숨 쉬는 의상"

국립극장 무대 의상을 처음 맡은 서영희 디자이너는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연출과 안무가가 좋은 미션을 주어 자연스럽게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 선수촌에서 각 종목에 맞게 변화한 선수들의 체형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때 선수들에게 정성이 담긴 옷을 입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국립무용단 무용수들도 숨만 쉬어도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겸허한 마음으로 이 작업에 임했다"며 "한복을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창작진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통과 해체, 새로운 시도의 접점

서 디자이너는 이번 의상의 목표를 "입고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패션쇼나 전시회였다면 내 마음대로 기획했겠지만, 이번에는 양정웅 연출이 어떤 공연을 만들고 싶은지, 정보경 안무가가 어떤 몸짓을 보여주고 싶은지에 맞춰 의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부채춤을 추지만 꽃은 만들지 않고, 탈춤을 추지만 탈을 쓰지 않는다는 정보경 안무가의 방향성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무용이 이렇게 간다면, 움직임이 이렇게 표현된다면, 의상은 어디까지 해체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통 한복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어디까지 변형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것도 중요한 과정이었다. 서 디자이너는 "창작진과의 대화를 통해 어느 선까지 변형이 가능한지를 조율했다"며 "이런 과정들이 모여 만족스러운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립무용단 미인, "새로운 춤의 세계로"

송지영 단원, "국립무용단 여성 무용수들의 강점이 빛나는 작품"

국립무용단 단원 송지영은 미인에 참여하면서 "국립무용단 여성 단원들이 가진 장점들이 정보경 안무가와 만나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컸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하루 작업할수록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새로운 춤을 배우며 매일 새로운 기분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송 단원은 "스태프들이 춤을 추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감사하다"며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지영 무용수는 이번 작품에 대해 그는 "몸을 소모하는 작업이 많고, 유기적인 동작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체적으로 모든 무용수가 탈춤을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립무용단 미인은 무용수들의 신체적 도전을 바탕으로 전통 춤을 새롭게 해석하는 무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립무용단 <미인>은 4월 3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