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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LOCAL' 조명.."중앙 집중과 지역 소멸…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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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뉴스 김영식]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LOCAL>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두산아트센터 공연 프로듀서 남윤일, 주일우 공동제작자 이자 이음 대표, 이오진 연출, 이래은 연출, 이소영 연출, 장혜정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이 함께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두산인문극장>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로 매년 주제를 정하는데 2013년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빅데이터까지 Big History From Big Bang to Big Data'으로 시작한 두산인문극장은 2025년 '지역 LOCAL'을 주제로 공연, 전시, 강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두산인문극장 2025, "두산인문극장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자리"

남윤일 두산아트센터 공연 프로듀서는 두산인문극장의 방향성을 설명하며 "두산인문극장은 인문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회적 의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예술적인 작품 또는 강연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사유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연, 전시, 강연이 가능한 것은 주제 선정이 특정 트렌드에 따라 일시적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유효한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라며 "보편적인 주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두산아트센터가 갤러리, Space111, 연강홀 등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있어 "하나의 주제로 기획된 콘텐츠들이 동시적으로 진행되면서 사회적 측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산인문극장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전시와 강연을 만들고 싶다"며 "질문이 완료형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산인문극장의 화두는 거시적이거나 미시적이지 않고, 일상 속에서 공연이 떠올라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고, 나와 우리, 공동체적으로 반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주일우 대표 "지역 소멸 문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주일우 공동제작자 이자 이음 대표는 "시대에 중요한 질문을 선택하고, 그 질문에 맞는 연극을 작가들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시 기획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계속 이어오며 큰 전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주제와 관련해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심으로의 집중이 심화되면서 지역이 소외되고 소멸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런 문제를 고민할 수 있도록 강연을 기획했고, 연극과 전시를 통해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근원과 인간 본연의 뿌리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며 "기대해 주셔도 좋다"고 전했다.

두 해 전에 주제 선정… 변화에도 유효한 질문 던져야

두산인문극장은 매년 선정하는 주제를 2년 전에 결정한다. 이에 대해 주 기획자는 "한 해 전에 정하면 연극 제작과 전시 기획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두 해가 지나도 의미를 잃지 않을 주제를 신중하게 고민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과 관련된 문제는 오랜 기간 지속된 이슈이며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 소멸 문제는 지방의 대도시조차 서울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중앙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이 역사적으로 지켜온 전통이 있으며, 지역과 중앙 사이의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초저출산 문제와 맞물리면서 지방의 대학이 붕괴하고, 산업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지역과 중앙의 문제는 결국 밀도의 문제이며, 중앙에 모든 것이 몰려 폭발적인 사회적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두산인문극장은 사회적 문제를 질문하는 자리이다"라며 "불신 시대, 갈등 문제 등 다양한 화두를 던져 왔다. 앞으로 제기될 질문들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연극 <생추어리 시티>, 이민자의 현실과 경계를 조명

두산아트센터가 선보이는 연극 <생추어리 시티(Sanctuary City)>는 미국 극작가 마티나 마이옥의 작품으로, 2023년 오비 어워드 극작 부문을 수상했다. '생추어리(Sanctuary)'는 안식처, 보호구역을 의미하며, '생추어리 시티(Sanctuary City)'는 미국 내 미등록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인 지역을 뜻하는 은어다.

이 작품은 이민자로서의 삶, 흔들리는 성정체성, 불법 체류의 위험 등 다양한 불안 속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사랑과 우정, 꿈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지역에 살고 있지만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인물들의 분투를 통해,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는 '생추어리 시티'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2025년 한국, 외국인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

연출을 맡은 이오진은 "이 작품은 20년 전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2025년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의 상황과도 같다"며 "지금 우리가 속한 세계의 이야기로서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이라는 것이 행정적으로 나뉘지만 칼로 자르듯 깔끔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며 "그 경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로컬'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주영·김의태·아마르볼드, 경계를 넘나드는 배우들

이번 작품에는 배우 이주영, 김의태, 아마르볼드가 출연한다. 이오진 연출은 "이주영 배우는 주로 영상 매체에서 활약해 왔기 때문에 출연 소식에 놀라는 반응이 많았다"며 "연출은 캐스팅할 때 그 배우에게 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주영 배우는 이야기를 열어갈 가능성을 가진 멋있는 배우"라고 밝혔다.

몽골 출신 배우 아마르볼드에 대해서는 "그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외국 작품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야기로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김의태 배우에 대해서는 "연기를 잘하는 멋진 배우"라고 짧지만 강하게 평가했다.

연극 <생추어리 시티>는 4월 22일~5월 10일 두산아트센터에서 Space111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연극 '엔들링스', "충돌하고 교차하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

연극 엔들링스(Endlings)는 <패스트 라이브즈>로 다수의 영화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겸 극작가 셀린 송(Celine Song)의 대표작이다. '엔들링(Endling)'은 한 종(種)의 마지막 생존 개체를 의미하는 단어로, 작품은 한국에 살고 있는 노년 해녀들과 미국 맨해튼에 사는 극작가 하영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이래은은 “<엔들링스>는 '아일랜드오브만재' 섬에 사는 세 명의 할머니 해녀와 맨해튼 섬에 살고 있는 20대 극작가의 이야기”라며 “충돌하고 교차하는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고 사유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는 여성, 이민자, 청년, 노동자, 예술가가 사회적 차별과 혐오, 배제를 자기 세대에서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래오래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

이래은 연출은 작품의 핵심에 대해 “천천히 죽어가는 여자들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결국은 이런 여자들이 오래오래 살아가는 이야기로 풀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극 <엔들링스>는 5월 20일~6월 7일 두산아트센터에서 Space111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뮤지컬 <광장시장>, "이주민 여성의 자리 잡기 과정"

뮤지컬 <광장시장>은 조선시대부터 군부대와 상인, 손님들의 쉼터이자 밥집이었던 광장시장을 배경으로, 현재 서울의 대표적인 먹거리 시장으로 자리 잡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연출을 맡은 이소영은 “광장시장이라는 장소를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이주민 여성 노동자가 등장한다”며 “미얀마에서 온 여성 '아응'을 통해 새로운 공간에서 자리 잡는 과정과 정체성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사람들은 아응을 받아들였지만, 그녀 스스로 이곳을 자신의 자리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아응에게 중요한 것은 낯선 공간에 열린 자세로 다가가는 용기와, 스스로 그 안으로 들어가는 용기”라고 전했다. 이어 “변화를 통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며 광장시장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아응 역 캐스팅, 오디션 통해 선발

아응 역 캐스팅 과정에 대해 이소영 연출은 “광장시장의 주인공은 미얀마 여성이다. 다른 여섯 명의 배우는 특정 캐스팅을 진행했지만, 아응 역만큼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 거주하는 또래 외국인 여성 배우들에게도 홍보하며,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적극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아응의 정체성을 깊이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정대진 배우를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광장시장>은 6월 17일~7월 5일 두산아트센터에서 Space111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두산갤러리, 'Ringing Saga' 전시 준비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 장혜정은 “두산갤러리는 2025년 지역이라는 주제에 맞춰 'Ringing Saga'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의 중심이자 두산아트센터가 위치한 종로를 출발점으로 삼았다”며 “보다 직관적인 작업을 통해 도시를 재조직하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갤러리의 'Ringing Saga'는 두산인문극장 2025의 일환으로 기획됐으며, 지역이라는 개념을 예술적 시각에서 탐구하는 전시로 6월 4일~7월 12일 진행될 예정이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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