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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인터뷰] 황병국 감독, 경쾌하게 풀어낸 참혹한 현실. 영화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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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뉴스 김영식]

황병국 감독은 수면 아래 존재하는 어두운 진실을 이야기로 끌어올리되, 그 방식은 과감하고도 직설적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약점을 지닌 채 부딪히고, 흔들리고, 끝내 선택의 기로에 선다. 황병국 감독이 직접 만난 마약의 세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또 잔혹했다. 그는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고, 영화라는 언어로 다시 써내려갔다.

8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한 카페에서 영화 <야당>의 황병국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이다.

연출을 맡은 황병국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소회를 전하며 "스텝과 배우들이 치열하고 열심히 찍었던 작품이다. 열심히 했다.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원하는 그림이 거의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기존 마약 영화들이 가진 어두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는 "보통 마약 영화가 어둡고 무거운 편이다. 그런 방식으로 관객들을 만나기보다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경쾌하고 속도감 있고, 마지막에는 통쾌한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황병국 감독. 사진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실제 기사에서 출발한 이야기…‘야당’이라는 개념

영화의 시작은 2021년 신문 기사 한 편에서 비롯됐다. 황 감독은 "21년도에 영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님이 저에게 신문 기사를 보냈는데 그 기사 내용은 검찰청에 마약사범들이 모여서 정보를 공유한다는 기사였다. 그 기사 속에 야당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어 있었는데 신문 기사에 언급된 야당이라는 존재는 선인도 아니고 악인도 아니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이 있는 인물로 표현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처음 알게 되는 개념이었고, 영화적으로 매력적으로 생각해서 작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사건 50% 이상 반영…다층적 캐릭터 구성"

<야당>의 시나리오는 현실의 사건과 인물을 토대로 구성됐다. 황 감독은 "영화 <야당> 속 50% 넘는 씬들은 실제 있었던 일들이고 영화에 인물들도 실제 인물들의 사연을 포함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물론 영화 속 한 인물에 실제 인물 한명을 연결해서 넣은 것이 아니라 3명 정도의 실제 사연을 한 캐릭터에 모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오프닝 장면도 실제 사건에서 착안했다. "초반 오프닝 씬에서 차에서 마약사범을 잡는 장면은 2008년도 강남에서 실제 마약사범 검거 영상을 보고 구현한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적 묘사 위해 19금…현실은 더 참혹했다"

<야당>은 19금 등급을 받은 작품이다. 황 감독은 이에 대해 "처음부터 19금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은 아니다. 다만, 마약 범죄의 폐해나 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다. 다행히 제작사에서 제 의견을 듣고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사실적으로 묘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마약을 투약하는 자들은 집단적으로 많이 한다. 그 장면에서 수위가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 들었던 마약 실제판은 훨씬 심각했다"고 말한 그는, 마약의 폐해를 더욱 생생히 전달했다.

"약을 하게 되면 아이큐가 떨어지게 된다. 마약재활센터에 갔을 때 아이큐가 65인 20대 청년이 있었다. 군대도 가지 못하고 자기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지 못할 정도였다. 고등학생들은 집중력을 높인다고 해서 마약을 투입하다가 검거되어 치료센터에 있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게 제가 본 마약판의 현실은 더 참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마약의 위험성과 우리 사회에서 마약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어서 제 나름대로는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했었고 그것이 영화 <야당>에 담은 제 연출의도이다"고 말했다.

▲황병국 감독. 사진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야당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그들만의 방식 있다"

실제 야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의 경험도 소개했다. 황 감독은 "처음 만날 때 저도 처음에 겁이 났었다. 마약 범죄자를 만날 때는 절대 혼자 만나지 말고 CCTV가 있는 곳에서 만나야 했다. 혹시 제가 화장실 간 사이에 커피에 탈 수도 있으니 조심하게 취재를 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기 범죄자에게 사기를 직업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야당도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그 분은 겉으로는 자신감도 있고 그 사람들은 차는 무조건 외제차이다. 옷도 과시하듯 진짜 명품이다. 마약을 판매와 유통하는 사람들은 숨어서 하지만 야당은 합법과 불법의 중간으로 지금 이 상태에서는 범죄자가 아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마약사범에게는 사자가 되고 건달의 두목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황병국 감독. 사진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취재 중 체포된 경험…영화 속 장면에 반영"

실제 취재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된 경험도 있었다. 황감독은 "영화를 위해 취재 중에 형사들이 저를 체포한 적이 있었다. 경찰서에서 소변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 형사님과는 영화 투자가 된 이후 다시 모셔서 밥 한 끼 했다. 그때가 좋았던 것이 원래는 소변 검사를 하려면 영장이 나와야 한다. 당시 형사님이 ‘감독님, 안 하셔도 되는데 그래도 하시는 게 확실합니다’라고 하더라"고 회고했다.

"우리가 코로나에 걸리면 양성은 두 줄이고 음성이 한 줄이다. 그런데 마약 검사는 한 줄이 양성, 두 줄이 음성이다. 영화 속에 소변 검사할 때 화장실 데려가서 서 있고 하는 것을 제가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것이다. 당시 제가 소변 검사를 안 해도 됐는데 생각해보니 영화 속에 그 장면이 나오니, 저도 하겠다 했다.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배우 출신 감독으로서 명확한 디렉션을 주고 싶었다"

황 감독은 자신이 배우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디렉션의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영화는 시나리오 한 권을 준다. 전체적으로 읽고 내가 나오는 씬이 왜 있는지, 무슨 작용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드라마는 그 씬만 준다. 그러다 보면 전형적인 연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의 경우는 감독이 되어 현장에서 디렉션을 줄 때 ‘강남역 앞 커피점에서 만나자’고 하면, 2호선 몇 번 출구에서 어디서 만나자고 정확하게 말한다. 그러지 않으면 배우들은 1, 2, 3번 출구로 다 나가본다. 버려지는 에너지가 있는 것이다. 3번 출구로 말하면 배우들이 에너지를 응축해서 완벽하게 연기하게 한다. 그것이 <야당>에서 제가 한 디렉션이다. 배우 경험에서 얻은 한 교훈이다"고 밝혔다.

"각 인물에 약점 부여…입체적인 인물로 완성"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약점을 안고 있다. 황 감독은 "인물들마다 약점이 있어야 했다. 구관희 검사에게는 자신을 어렵게 키운 어머니가 있고, 이강수도 자기 엄마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박해준 배우의 오상재도 영화 속에 약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관희 캐릭터는 몇 명의 검사를 혼합해서 창조했고, 오상재 형사의 모습도 3명의 형사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황병국 감독. 사진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신선한 얼굴들로 현실을 더 생생하게"

캐스팅에 대한 원칙도 소개했다. 황 감독은 "각 캐릭터를 신선하게 다가가기 위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역할을 맡기는 식으로 캐스팅했다. 형사 캐릭터 역시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금순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원래 남성이었는데, 마약수사대에서 잡은 여성 마약상의 사진을 보고 여성 캐릭터로 바꾸기로 했다. 신선한 얼굴을 찾던 중 독립영화에서 김금순 배우를 보고 바로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채원빈 배우에 대해서는 "오디션에서 연기가 완전히 달랐다. 연기를 잘한다는 건 다르게 한다는 것이고, 학원 연기가 아닌 자기가 상상해서 인물을 만든다는 의미다. 채원빈 배우는 당시 23살이었는데 자기 해석력을 갖고 연기를 하더라. 그래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약사범 1만6천명에서 2만8천명으로…이 영화가 경고가 되길"

황 감독은 마지막으로 "이 시나리오를 21년도 준비할 때 검찰청에서 마약사범 리스트가 1만 6천명이었다.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2만 8천명으로 늘었더라. 이건 검거자만 이런 것이다. 올해, 내년, 내후년 점점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마약의 위험성, 심각성을 알리고 싶었다. <야당>은 그것을 경고하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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