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영화

[인터뷰] 하정우, 가식 없는 인간 군상을 말하다. 영화 <로비>

반응형

[위드인뉴스 김영식]

한 사람이 걷는 길 위에, 여러 갈래의 선택지가 있었다. 배우로서 수많은 얼굴을 해온 그는, 어느 순간 카메라 뒤로 걸어 들어갔다.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는 다시 연출자의 자리에 섰다.

감독 겸 배우 하정우의 영화 <로비>는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다. 조금은 이상하고 낯선 골프장에서 마주한 인간 군상 속에서 그는 웃음을 길어 올리고, 쓴맛 속에서 사람 냄새를 길어냈다.

어쩌면 이 작품은 웃음의 탈을 쓴 '진심'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하정우는 무표정 속의 감정, 말맛 속의 리듬, 욕망이라는 진심을 통해 감독 하정우가 꺼내든 첫 번째 '진짜 방향'을 선보이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영화 <로비>의 감독 겸 배우 하정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정우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잘 회복하고 있다. 잘 쉬었다. 일요일까지 있으라고 했는데 이틀 앞당겨서 지난 금요일 퇴원했다”고 전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 소식을 전했다.

▲영화 <로비> 감독 겸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 : 쇼박스




<허삼관> 이후 세 번째 연출…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하정우는 이번 영화가 세 번째 연출작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연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2018년 정도에 <서울 타임즈>라는 작품을 준비해서 시나리오 3고까지 집필을 했었는데 그때 이게 진짜 내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제 스스로 100% 답을 못하겠더라. 확실한 마음이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보자 생각을 해서 간을 갖다가 <로비>를 만나게 되었다. 2021년부터 마음속에서 그려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시간이 걸린 것이 아닐까 싶다. <로비>라는 소재는 2020년 코로나 때 골프를 배웠던 경험 바탕으로 이 배경과 이 환경, 여기에 나온 사람들을 잘 묶어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개봉까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골프장 안에서 발견한 인간 군상의 민낯

하정우는 <로비> 속 이야기의 핵심이 된 ‘골프장’이라는 공간의 흥미로운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골프 라운딩에 나가면 일단 가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장에서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에 모이면 모두가 같이 하는 말이 오늘 몸이 안좋다였다. 며칠 동안 근육통이 있다. 몸이 안좋다 하는 말들을 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라운딩을 시작하고 티오프 시작하면 그런 것은 밑밥이었고 각자의 플레이들을 하게 된다. 골프에서 티샷을 할 때 티샷에 죽고 살고 여부를 떠나서 모든 사람이 즐거워한다는 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상시에 인간적으로 인품적으로 좋은 사람도 골프장에서 보면 저런 면이 있어 하는 뭐라고 할까 이상한 상황을 보게 됐다. 평상시 온순한 사람이 거칠어진 모습도 봤고 거칠고 상남자 같은 사람이 소녀처럼 골프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는 캐릭터를 느끼는 코미디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어떤 사람이 샷 실수하면 걱정하는 척하지만 속내는 좋아하고, 잘 치면 잘쳤다고 ‘나이스샷’ 외치지만 속으로는 공이 죽기를 바라는 마음이 표면적으로 드러났다”고 이야기했다.

“평상시에는 그런 마음이 숨겨지는데 골프장에서는 스물스물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을 봤을 때 나이를 떠나서 20대부터 70대 동반자들과 골프 라운딩을 해봤는데 모두 같았다. 그게 흥미로운 지점이었고 제가 골프를 늦게 시작하다 보니 골프장에 가서 사람을 만났을 때 받는 독특함이 흥미로운 지점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이 골프장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로비>는 감춰진 욕망과 마음을 드러내는 이야기”

하정우는 <로비>에서 그리고자 했던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사람 마음은 고쳐쓰기 힘들다는 말이 있는데, 살면서 맞는 말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랬을 때 이번 <로비> 때도 사람의 진짜 이면에 감춰진 솔직한 진짜 마음, 욕망, 욕구들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실장' 캐릭터…“개저씨에서 영감”

<로비> 속 캐릭터 ‘최실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골프를 떠나서 주변 사람 중 최악의 사람을 떠올리면서 만들었던 것 같다. 문제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최실장은 자기가 나이스하고 세련되었다고 생각하고 매력적인 아저씨로 생각하지만 반대에서는 불편하고 함께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제가 만난 개저씨들 캐릭터와, 어떻게 하면 진프로를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서 허구 속 인물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김의성, 최실장의 결정적 한 수”

극 중 최실장을 연기한 김의성 배우에 대해서도 “실제로 김의성 배우는 20대, 30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석에서 잘 어울리는 분이다. 어쩌면 본인이 최실장처럼 하면 재수 없고 더럽다는 것을 아시는 것 같고,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분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 역을 잘 하실 것으로 생각했고 영화적으로 표현해주실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장에서는 김의성 배우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대사만 세팅해드렸지 모든 감정 표현은 김의성 배우가 소화해주셨다”고 전했다.


반복된 리딩과 준비…“현장은 오직 촬영에 집중”

촬영 전 대본 리딩을 여러 차례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히 밝혔다. “일단 리딩을 많이 한 이유는 저는 홍상수 감독님과 영화 촬영한 적이 있는데, 홍 감독님이 아침에 시나리오를 주신다고 해서 저는 너무 궁금했다. 아침에 촬영하기 전에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이 궁금했다. 왜 그럴까?”라고 회상했다.

“며칠 후에 홍 감독님께 물어봤다. 그때 홍 감독님께서 감독님의 작품의 방향성에 대한 메시지를 위해 배우가 맡은 캐릭터 콘트롤을 위한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하시고, 대사를 표현하기를 원하는 마음에 그렇게 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렇게 가혹하게 하지 않았다. 리딩 안에서는 애드리브를 하기도 하면서 상황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촬영 전에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배우 분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리딩을 했고, 때로는 배우 분들 만나서 씬바이씬도 하면서 채워나갔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그러면서 촬영 때는 올곧이 촬영하는 데 집중하고 싶었다. 제가 연기도 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디렉션할 겨를도 없을 뿐 아니라, 촬영 때는 콘티에 맞춰서 촬영하기 위해 리딩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하정우 스타일의 코미디…“이번엔 타인의 템포로”

하정우는 자신만의 코미디 감각에 대해 “일단 제가 생각한 것은 유머는 타이밍과 템포이다”고 밝혔다.

그는 “<롤러코스터>는 제가 제 기준으로 제 템포를 다 쓰며 당시 편집기사님과 같이 편집했다. 그런데 <롤러코스터>를 찍고 나서 결과물을 몇 년 지나고 최근에 보면서 혼자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로비> 때는 편집감독님께 템포를 조절해 달라고 요청했다. 저는 현장에서 영화를 찍으면 현장 편집본을 많이 보다 보니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았다. 그런 것들을 조심하기 위해서 편집실에 어떤 멘트도 하지 않았다. 편집 감독님에게 촬영분을 드리고 ‘감독님이 만들어주십시오’ 했다. 그 이후 편집감독님의 만들어놓은 편집본을 보면서 시간을 갖고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계속 조절해왔고, 보신 개봉하는 결과물들은 그런 것의 베스트로 조절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영화 <로비> 감독 겸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 : 쇼박스




하정우 “말은 빠르고 표정은 없다…그 간극이 코미디다”

배우 겸 감독 하정우가 자신만의 ‘말맛 코미디’ 스타일을 정의하며, 영화 로비에 담긴 인간의 본성과 표현의 간극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소비하는 것과 실제 모습 사이의 틈에서 진짜 인간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코미디 연출의 근간이 ‘현실의 표정과 말투’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플하다. 저는 생각보다 사람은 무표정하고 표정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보는 콘텐츠나 배우들이나 연예인들이 표정이 많은 것이지, 살면서는 보이는 것은 무표정에 가깝다고 본다. 그것이 제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말을 빨리 한다. 콘텐츠에서 보는 배우들의 말의 템포는 느리지만 실제로는 빠르다는 두 가지가 제일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수많은 영상 매체에서 나오는 것과 실제 표정과 말들 사이에 간극이 있는데, 우리 모습을 진짜로 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 하정우 안의 배우 하정우”

배우이자 감독으로서의 균형에 대해 그는 최근 SNL 촬영 경험을 언급했다. “SNL 촬영을 했는데 감독님이 당황한 모습, 불편한 연기를 더 해달라고 하는데 SNL 연기 표현법이 있을 것이다. 작품들, 감독님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예를 들어 SNL에 참여했을 때 감독님에게 맞추는 것이 배우의 의무이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로비>에서는 대사가 있고 음악, 환경이 있고 미술이나 다른 곳에서 표현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배우가 전면에서 친절하게 표현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 마음이 반영되어서 <로비>에서 창욱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욕설도 말의 일부…음악처럼 자연스럽게”

영화 속 욕설에 대한 질문에는 철학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그는 “명리학자들이 씨발, 존나라는 말을 쓰지 마라 라고 하는데 이 작품 속에 욕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추임새 일부분이 아닐까 한다. 타인에 의해 부정적인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소리의 일부분이 아닐까 저의 영화에서는 박해수 배우가 욕을 많이 하는데 그 인물이 풍기는 소리의 일부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란티노 영화는 'Fuck'이라는 말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왜 이렇게 많이 할까 생각해보면 타란티노 감독은 유희의 하나로 반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영화 속에 욕설은 모니터 시사회를 하고서 욕설이 많다고 해서 타협을 했다”고 밝혔다.

하정우 “강말금·강해림, 믿고 맡긴 진짜 얼굴들”

배우 겸 감독 하정우가 영화 로비에 함께한 배우 강말금과 강해림에 대해 진심 어린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진짜 배우는 결국 얼굴에서 드러난다”며 캐스팅의 이유를 설명했다.

“강말금, 어마어마한 배우가 될 것”

하정우는 강말금 배우의 최근 행보에 대해 “강말금 배우의 <폭싹 속았수다>. 차주영 배우의 <원경>이 잘된 것도 호재라고 생각한다. 강말금 배우가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면이 섰다고 하셨는데, 그분은 너무나 훌륭한 배우로 알고 있기 때문에 캐스팅 제안을 드리고 이 작품에 모신 것이다. 강말금 배우는 개인적으로는 어마어마한 배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드라마와 영화 모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강말금에 대한 기대감과 애정을 드러낸 셈이다.

“진프로 캐스팅, 가장 어려웠다”

하정우는 진프로 역할에 캐스팅된 강해림 배우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진짜 제일 어려운 캐스팅이었다. 정말 캐스팅 1번이었다. 진프로에 어울리는 배우를 제일 먼저 찾아야겠다. 골프 훈련도 해야 하고 골프 폼을 만드는 것은 정말 너무 너무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강해림 배우에게 처음 이야기한 것이 골프 폼은 좋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프로가 너무나 유창한 화술을 하고 감정 표현을 하면 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이 역할에 일반인 같은 생생함을 원했다고 밝혔다. “배우들 앙상블에서 운동선수처럼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혼자 다큐 연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의 의도는 초짜 연기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연기 기술이 없었으면 하는 것과 날 것처럼 보였으면 했다. 그런 배우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진프로와 마태수는 양 극단…그래서 강해림과 최시원”

하정우는 극 중 캐릭터의 균형을 고려해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인지도 면에서 훌륭한 배우가 있었지만 일반 사람 같은 모습이 진프로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10명의 주연 배우 중에 양 극단의 인물이 진프로(배우 강해림)과 마태수(배우 최시원)인데 진프로는 일반인 같은 배우를 캐스팅하자, 마태수는 셀럽 같은 사람을 캐스팅하자였다. 제일 먼저 강해림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그런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캐스팅 전략은 과거 작품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하정우는 “그런 면에서 <롤러코스터> 고성희 배우도 아무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 승무원으로 바꿔야겠다 생각했고, 그렇게 변경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영화 이후 제일 먼저 드라마 캐스팅 된 배우가 고성희 배우였다”고 덧붙였다.

▲영화 <로비> 감독 겸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 : 쇼박스




하정우, 강해림 열연에 극찬

영화 로비에서 진프로 역을 맡은 신예 강해림의 열연에 대해 하정우 감독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토하고 욕하는 장면을 3번 촬영하게 됐다”며 “배우의 의지가 대견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진프로가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에 대해 언급하며 “일단 마고 로비의 <바빌론>은 나중에 봤다. 마고 로비가 토하는 것 보고 놀랐다. 토사량을 늘려야 하는데 하면서 아쉬웠던 것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장면이 영화의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임을 강조하며 “진프로가 최실장에게 받았던 피로도와 그것을 보면서 그 지점까지 왔던 관객들에게 모든 것을 뒤엎을 만한 카타르시스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진프로의 감정과 토해내는 말들의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강해림 배우가 잘 따라와줬지만 더 남아 있는 피크의 감정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욕하고 토하는 장면, 자청해서 세 번 촬영했다”

강해림 배우의 열정에 대해서도 감탄을 표했다. “강해림 배우의 감정을 알았다면 한 회차에서 끝날 수 있었을 텐데 처음이었고 더 나올 것이 없을까 했을 때 너무나 대견스럽게 1회차를 찍고 다시 찍겠다고 본인이 준비해서 해보겠다는 배우의 의지도 있었다. 토하고 욕하는 장면을 3번 촬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신예 배우 강해림에게서 진정한 연기 열정을 보았으며, 이를 통해 진프로라는 인물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났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엄하늘, 시나리오까지 바꿨다…생각지도 못한 보석”

하정우가 영화 <로비>를 통해 신예 엄하늘을 발굴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보석을 발견했다”고 밝히며, 캐릭터의 분량을 늘릴 정도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엄하늘, 신비로움에 끌렸다…시나리오까지 수정”

하정우는 극 중 호식이 역할을 연기한 엄하늘 배우의 캐스팅 과정을 떠올리며 “후보군의 연기 영상을 보는데 조감독이 추천한다고 알려주었다. 엄하늘 배우는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고 신비로운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작품에 나왔지 찾는데 단편밖에 없었다. 이동휘 배우와 출연한 것이 있어서 물어보니 강추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재다능한 면이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보석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캐스팅했다. 저는 극 중에서 이 친구가 계속 보고 싶었다. 시나리오까지 수정하고 분량을 늘려서 하게 되었고, 김이사와 제가 다니는 여정에 호식이가 끼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고 구세주 같은 인물로 결국 세팅이 되었다”고 전했다.

신예 배우에게 확신을 갖고 시나리오를 재구성한 것은 이례적인 선택이다. 그만큼 하정우가 엄하늘 배우에게 느낀 가능성과 직관이 강렬했다는 방증이다.

“책상보다 현장에서…어깨너머로 연출을 배웠다”

하정우는 연출자로서 영향을 준 감독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엄청나게 많다. 최동훈 감독님은 배우와 캐릭터를 사랑하신다. 배우들이 평상시 표현하는 것을 꼼꼼히 기억하고 기록하셔서 캐릭터에 녹여내려고 애를 쓰시는 분이다. 현장에서 최 감독님이 어떤 애정의 마음으로 영화를 찍는다는 것에 대해서 봐왔기 때문에 저도 그런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편집 과정에서 삭제되었지만 <로비>에는 액션씬이 많이 있었다. 그런 장면들은 <베를린>을 함께한 류승완 감독님의 영향을 받았다. 류 감독님은 액션 장면을 찍을 때는 효율적으로 촬영하신다. 다른 제작팀에서 영화를 10회차를 찍을 때 류 감독님은 3회차에 촬영한다. 그렇게 효율적으로 촬영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액션을 촬영하면 이렇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하정우는 류 감독의 촬영 방식에 대해 “배우들에게 강요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무술팀을 데리고 그 씬을 다 찍는다. 위험한지 체크해서 배우가 그 컷에는 꼭 찍어야 하는 부분만 들어간다. 안전이 보장되는 현장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홍진 감독님은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콘티를 얼마나 꼼꼼하게 하는지 배웠고, 윤종빈 감독은 시나리오 접근부터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후반을 하는 제가 영화를 찍는 데 제일 많은 가르침과 디렉션을 주었던 사람이다”고 밝혔다.

그는 “그 외에도 많다. 김용화 감독의 현장 지휘, 디렉션 하는 법 등. 저는 책상에 앉아서 연출을 배웠다기보다 훌륭한 감독님 뒤에서 어깨너머 배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로비> 감독 겸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 : 쇼박스




하정우 “개봉 결과 연연하지 않아…이젠 조금은 쿨해졌다”

배우 겸 감독 하정우가 영화 로비 개봉을 앞둔 소감과 함께, 작품에 임하는 태도와 변화한 삶의 자세를 솔직하게 전했다. 그는 “이번엔 내가 하겠다고 나선 홍보였다. 연연하지 않고 성실하게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개봉을 앞두고 주변 반응을 전하며 “요즘 떨리니? 주변에서 긴장돼? 나라도 뒤숭숭한데 지금 개봉하면 어떡하니? 하는 말을 듣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담담한 어조로 소회를 전했다. “저는 자연의 흐름과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저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고 운 좋게 투자받고, 촬영하고, 개봉 날짜 잡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로서의 경력을 되돌아보며 “예전에 내 실력대로 좋은 성적표를 이뤄낸 것인가 생각하면, 이 작품은 그렇게까지 갈 작품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고, 안 된 작품도 있다. 경력이 쌓이고 작품 수가 쌓이다 보니 지금 돌이켜보면 매 작품 열심히 하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사는데 큰 축에서 보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날짜를 받고 4월 2일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구나 하면서 결과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컵에 물이 차면 기울어지게 마련이고 통하게 마련이고 그것이 이치인데 주어진 대로 성실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홍보, 이번엔 내가 나섰다…쿨해진 것 같다”

하정우는 로비를 앞두고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최근에 <로비>를 앞두고 이렇게까지 홍보를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가 하겠다고 나선 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데이터를 남기기 위한’ 행보라고 정의했다. “어려운 상황이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최대치를 해보고 결과물을 가져보면 나에게 데이터가 되고 다음 홍보를 할 때 조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코미디가 덜하다 하는 평가를 가지고 다음에 촬영할 때는 참고해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다행스러운 것은 나이를 먹고 작품 수가 늘어나면서 조금은 쿨해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영화 <로비> 감독 겸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 : 쇼박스




“결혼? 하루가 다르게 생각 중…자식이 1번”

마지막으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질문에는 웃음 섞인 진심을 드러냈다. 그는 “비밀이다. 일단 주변에서 결혼하고 애를 낳는 것이 눈에 밟히는 것 같다. 르브론 제임스가 아들과 같이 코트에서 농구하는 세상인데 저도 자식을 가져야겠다는 것이 1번이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에 대해서 하루가 다르게 생각을 하고 있다. 비혼이거나 싱글로 편하게 살아야겠다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정우 “<로비>, 연출자로서 내 노선이 시작된 신호탄”

영화 로비를 연출·주연한 하정우가 이번 작품이 자신에게 갖는 특별한 의미를 전했다. 그는 “감독 하정우로서 노선이 정확히 세워진 시점”이라며 확고한 연출 방향을 언급했다.

하정우는 연출작 로비를 자신의 연출 세계에서 중요한 기점으로 바라봤다. “이 작품은 <롤러코스터>, <허삼관>과는 다른 작품이다. 제 방향성이 시작됐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고, 저의 노선을 확실히 한 작품이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개봉할 작품도 이런 결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윗집 사람들> 찍을 때도 철저하게 이런 스타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준비하고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영화를 “연출자로서 <로비>는 감독 하정우로서 노선이 정확히 되어서 한 방향으로 갈 것이 되는 신호탄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낯설 수 있지만, 웃고 즐겨주시길”

관객들에게는 진심 어린 당부도 전했다.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오셔서 웃고 가시면 좋겠다. 낯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롤러코스터>라는 앞의 작품이 있어서 설명하기 편해진 것 같다. 오셔서 재미있게 즐기고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떤 인물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장면은 달라지고 감정은 흔들린다. 하정우는 배우로서 살아낸 시간만큼, 이제는 연출자의 눈으로 인물을 품는다.

그는 홍보와 치열한 장면들 속에서도 그는 담담했다. 사람은 정말로 고쳐쓰지 못하는 존재인가. 무표정한 얼굴 뒤엔 무엇이 있는가. 그 질문은 관객에게 향한다.

그리고 하정우 감독은 그 과정 속에서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아니면 잠시 멈춰 서게 한다. 영화 <로비>는 관객들과 하정우 자신에게 현실에 대한 응시를 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