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인뉴스 김영식]
봉준호 감독이 다시 한 번 인류의 본질을 탐구하는 영화로 돌아왔다.
19일 오후 봉준호 감독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호텔에서 언론 인터뷰를 갖고 영화에 대한 다양한 질의응답을 통해 작품에 담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영화 <미키 17>은 SF적 상상력을 통해 현실을 반영하며 인간 존재와 노동의 가치를 깊이 있게 묻는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미키라는 한 청년이 파괴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그게 제가 이 영화에서 정말 관객과 나누고 싶었던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파괴되지 않는 인간 존엄성의 서사를 통해 봉준호 감독은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미키 역에는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하고 그외에도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해 작품을 만들어갔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영화에 담은 깊은 의미를 차분하고 열성적으로 답변을 하며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기자는 앞서 몇개의 버전으로 인터뷰를 정리해봤는데 봉준호 감독을 만나지 못하지는 분들에게 이 영화에 담은 감독의 의지와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한 시간에 걸친 인터뷰 거의 전문을 옮겨드린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대한 진심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인터뷰 전문
<기생충> 이후 <미키 17>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기생충> 개봉하기 전, 기생충 작업하고 있을 때 이미 두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2019년에 이미 <기생충> 개봉 전에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고 또 영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사 영화를 준비하던 게 있었다.
<기생충> 오스카 캠페인 중에 런던 갔을 때도 거기서 실제 그 사건과 관련 연관된 분, 부모님도 만났었다. 그 작품이 저의 오리지널 기획이었고 관련된 분들을 만났는데 제가 약간 윤리적인 딜레마에 봉착 하게 됐다.
이분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해서 몇 가지 모순점들이 스스로 느껴지면서 2017년, 2018년부터 꽤 오래 준비를 했던 기획을 스스로 접게 됐다.
그래서 마음이 좀 허하고 약간 허무함이 있던 차였는데 마침 그때 '미키 7'이라는 소설을 플랜비(Plan B Entertainment))에서 저한테 보내준 것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워너브러더스에서 판권을 산 소설이라고 하더라. 심지어 책이 출간되기 전 상태였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소설인데 그 콘셉트가 흥미로워서 그런지 워너브러더스에서 판권을 산 것이고 소설이 좀 독특하니까 독특한 영화를 많이 찍은 플랜비한테 보냈고 플랜비가 소설이 좀 기이하니까 저한테 보낸 것 같았다.
그렇게 흘러서 저에게 왔는데 저도 읽으면서 매혹이 된 거다. 정확히 말하면 그 14페이지짜리였나 요약된 걸 읽은 것인데 이 컨셉트가 너무 재미있었다.
휴먼 프린팅이라는 정말 인간적인 얘기를 다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고 또 죽고 리프린트 되고 죽고 리프린트 되고 죽는 게 직업이다. 산업재해 전문 노동자도 아니고 이상한 것이지 않나. 워킹 클라스 그러니까 노동자의 이야기인 것이기도 하고.
제가 <괴물>이나 <설국열차>나 <옥자>나 넓게 보면 SF 영화들인데 제가 SF에 대한 또 애정도 있고 그래서 하게 된 것이다.
그게 2020년 여름의 상황이었고 2021년도에 시나리오를 썼다.
중요한 대목이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21년도에 다 썼다는 것. (미국)대통령 선거 이전에 다 썼다는 것을 꼭 알아주시길 바라고 미국에서도 이 질문을 많이 받아서 총알과 관련된 사건(트럼프 대통령 저격사건) 이후에 재촬영을 해서 넣은 것인지 하는 질문까지 받았는데 전혀 아니다.
21년도에 시나리오를 다 썼고, 2022년 미국 대선 훨씬 전에 2022년도에 런던에서 다 촬영을 했다. 23년도에 후반 작업하고 그렇게 타임 테이블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는 없는지
늘 부담스럽다. 늘 불안 초조한 상태이고 그건 작품의 규모와 상관없이 찍을 때마다 저도 온몸이 갈려 나가듯이 영화를 찍으니까 매번 죽었다 다시 깨어나는 느낌이다.
미키도 영화에서 여러 번 죽어도 매번 무섭고 싫다고 두렵고 그런데 저도 비슷하다. 이번이 여덟 번째 영화인데 여전히 불안 초조하고 그러면서 또 신나기도 하고 이제 사람들한테 보여주게 되니까 신나는데 걱정되기도 하고 복합적인 것 같다.
영화 속 캐릭터 이름에 대해서
마샬은 원작 소설에 그대로 있다. 그다음에 부인 이름은 더 독특하다. 그러니까 토니 콜렛(극중 캐릭터명 : 그웬 조핸슨) 그 역할은 아예 역할 자체가 없었다. 원작 소설에 원래 독재자가 커플로 등장했을 때 나오는 시너지랄까 블랙 코미디의 느낌이 재미있어지는 게 많기 때문에 독재자 부부를 커플로 만들고 싶었다.
영화 시나리오 쓸 때 가장 기본 단계가 작명이고 이름에서 이렇게 비춰지는 이미지 같은 것들이 많이 영향을 주게 되는데 그래서 최근에 제가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에 캐릭터 이름도 축구 선수 이름을 많이 가져오고 있다.
스티븐 연 캐릭터 티모는 독일에서 온 거기서 따온 이름인데 독일에서 티모가 사기꾼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더라. 티모의 여러 뜻 중에 스티븐 연이 사기꾼 캐릭터이기도 하다. 약간 보면 사기꾼에 가까운 그 느낌이 사실 미키의 정반대 느낌이다.
미키는 매번 손해 보고 다니고 손해 보고도 웃고 화도 못 내고 그런 착해 빠진 캐릭터인데 그 반대편에 이제 티모 캐릭터가 있는 것이다. 약싹 바르고 자기 챙길 것 다 챙기는데 또 어딘가 미워할 수만은 없는 또 느낌도 있고 원작에서는 그 캐릭터가 스타 캐릭터이다.
미키 입장에서는 하나뿐인 절친이라고 하지만 티모 입장에서는 옛날식으로 표현하면은 써먹기 좋은 부하처럼 약간 묘한 관계죠. 그래서 그 티모라는 어감이 저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영화 중 최다 제작비의 작품을 연출한 소감은
누가 그런 말씀하셨더라 감독 중에 어떤 예산이건 예산이 정해진 순간 그 예산 플러스 한 10%가 더 목마르다라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억짜리 영화면 이게 110억만 됐어도 내가 다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350억 짜리 영화면 367억만 됐어도 내가 다 할 수 있는데 이렇다는 것이다.
근데 이 영화의 순 제작비가 정확히 1억 1800만 불이라서 요즘 환율로 계산했을 때 공식적으로 1700억이더라. 그래서 처음 워너 브러더스에서 설정된 목표치로 딱 잡혀 있었던 액수가 1억 2천만 불는데 제가 정확하게 찍고 재촬영도 전혀 없었고 모든 것을 일정 안에 준비된 대로 찍었기 때문에 순조롭게 마쳤고 심지어 200만 불 예산을 남겼다.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는 일체의 타협이 없었다. 모든 걸 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다 했고 스튜디오에도 그걸 존중해 줬고 원래 계약 자체가 디렉터스 파이널 컷 계약이었다.
그렇게 되어 있었던 것이었고 방금 스토리보드 얘기를 잠깐 했는데 그 규모가 크건 작건 제가 준비한 대로 원래 찍는 방식이 동일해서 이전에 영화 했을 때랑 별 큰 차이는 못 느꼈다. 다만, <옥자>가 650억 정도였는데 그것에 한 2.5배가 넘는 예산이었고 그렇지만 평소 제가 해왔던 방식 그대로 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시나리오도 제가 썼고 스토리보드 하고 배우들과 어울려서 찍고 편집하고 컴퓨터 그래픽하고 저도 하던 대로 한 느낌이고 규모는 커졌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했고 스튜디오도 그걸 존중해 줬기 때문에 다행스러웠다.
좋은 의미에서 저의 작품의 세계를 어느 정도 아니까 저는 일하기에 좀 편한 면이 있었다.
영화 속 동글동글한 크리처는 어떤 느낌으로 제작하셨는지
동글동글이란 표현을 해 주셔서 반가운데 진짜 동글동글하고 싶었다. 원작은 지네처럼 생겼다고 묘사되어 있다. 원작자의 따님이 일러스트를 학생인데 원작자가 저한테 보여주기도 하고 나와 우리 딸은 이렇게 생각했다고 하는 그 그림이 재미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느낌은 싫었고 저랑 <괴물>이랑 <옥자>를 같이 했었던 장희철 디자이너와 이번에 세 번째 작업을 했다. 무려 거의 20년 가까이 같이 작업한 건데 앞서 인터뷰에서 얘기했다시피 크로아상 빵을 주고 이게 디자인의 출발점이다 라고 했다.
여러분 크로아상 빵 자세히 한번 보시면 이게 되게 움직일 것 같이 생겼다. 이렇게 주름이 잡혀 있고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앞으로 갈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리고 이제 아마딜로(armadillo)라는 동물이 있다. 그 겉에 갑옷 같은 게 있고 사람이 건드리거나 천적이 오거나 하면 동그랗게 공처럼 뭉쳐진다. 영화에서 보면 이렇게 동그랗게 뭉쳐서 굴러가는 것이 크로와상 빵과 아마딜로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영화 속에는 마마 크리퍼, 주니어 크리퍼, 베이비 크리퍼. 세 가지 크리퍼가 있다.
극중 나샤가 안고 뛰는 걸 우리가 베이비 크리퍼라고 그러고 베이비 크리퍼는 귀여움을 담당한다. 주니어 크리퍼는 액션을 담당한다. 마마크리퍼는 단독 여왕벌처럼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이며 정치인 느낌, 여성 4선 의원 느낌의 엄청난 카리스마와 협상력을 보이기도 한다.
미키랑 대화할 때 보면 짧게 말하지만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감이 수천 톤 무게 같은 말들로 제압을 해서 마마 크리퍼의 위엄을 묘사하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었다.
베이비 크리퍼가 저와 CG팀이 얘기했던 것은 크리퍼가 다리가 여러 개이니 그게 묘하게 물결 치면서 달려가야 되는데 그때 레퍼런스로 가져왔던 화면이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 였다. 다리 여러 개로 달릴 때 다리가 오묘하게 움직인다. 그 움직임의 패턴을 가져왔다.
<미키 17>의 모티브나 영감이 된 작품이 있다면
방금 말씀하신 모든 작품들이 일정 정도 섞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샤는 원작 소설에 있는 인물인데 이름과 캐릭터도 많이 안 바뀌었다. 티모와 미키는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는데 미키는 원래 역사학자처럼 설정돼 있는데 저는 그 둘을 밑바닥 세계의 청년들처럼 바꿨고 나샤는 원작 캐릭터와 유사한 캐릭터로 유지했다.
<옥자>도 그렇지만 여기는 종교와 기업이 결합된 형태로 나온다. 기업과 종교의 큰 결합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있다. 그러니까 이제 우주 원정을 가는 설정인데 실제로 첨단 기업이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하는 것처럼 여러 기업과 여러 그룹들이 경쟁하는 느낌의 우주 원정이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 마지막 남은 원정이 이것 하나밖에 없어서 여기에 자원을 했다는 미키의 보이스 오버도 나오고 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프로메테우스>나 <에어리언> 얘기도 하셨지만 그런 기업의 모습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고 원작자도 어디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말씀하신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것 같다.
다양한 문화 예술의 여러 유산들을 다 이어보려고 했다.
계급론, 식민주의에 대한 풍자, 사회적 불평등 등 많은 질문과 주제가 담겨 있어 보이는 작품인데 가장 크게 다가오는 메시지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저도 다른 사람의 영화를 보러 갈 때도 2시간 동안 정신없이 재미있게 보는 것. 관객들에게 절대 핸드폰 안 꺼내게 하는 그렇게 되게 만드는 게 저의 목표이다.
다른 감독님의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심지어 저는 극장에서 유튜브를 보고 계신 분을 본 적도 있다. 거의 한 10분 넘게...
그분이 매너는 있어서 화면을 좀 어둡게 한 다음에 계속 유튜브를 보시더라. 유튜브가 나쁜 건 아닌데 저도 좋아하고 늘 보는데 굳이 극장에서 왜 그러지 했는데 만약에 제 영화에서 누군가 그렇게 하신다면 저는 큰 상처를 입을 것 같다.
그래서 관객을 어떻게 2시간 동안 완전히 빠져들게 할 것인가. 이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과 어떤 캐릭터가 하는 말과 행동 자체에서 막 정신없이 끌려갔으면 좋겠다. 제 영화가 템포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지만 저도 관객들을 집중시키고 싶은데 메시지는 그다음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메시지를 위해서 영화를 만들진 않는다.
재미와 아름다움을 위해서 만드는데 대신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바가 없지는 않으니까 다 보고 집에 돌아와서 자려고 누웠을 때 어떤 장면이나 어떤 대사나 이런 것들이 뒤늦게 다시 떠오른다거나 내가 겪었던 일과 비슷하다거나 아니면은 어디서 봤던 뉴스와 연결되는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하면서 가랑비처럼 젖어드는 그 느낌이 있을 때 그것이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르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장르적 흥분을 같이 즐기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다.
미키와 티모의 마카롱 가게가 나오는데 마카롱 소재를 선정한 이유는
대만 카스테라 나 자영업 또는 프랜차이즈의 흥망성쇠와 관련된 여러 희비극이 있었지 않나.
웃긴데 또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지하실에 스스로 갇혀 있었던 남자의 과거사를 하다가 이제 대만 카스테라의 웃픈 사연이 나오게 된 것인데 미키에서는 핵심 대사가 마카롱이 햄버거보다 더 잘될 날이 곧 온다 라고 마카롱 가게를 열게 되고 사채업자에게 쫓기게 된다.
여기에서 마카롱이 나오게 된 것은 다른 이유도 없고 제가 정말 좋아한다.
거친 뒷골목을 뛰어다니는 티모와 미키는 거친 뒷골목에서 무서운 사채업자에게 쫓기는데 이제 마카롱 티를 입고 있다. 그런 안 어울리는 것들을 하나 엮어놓는 걸 제가 좋아하다 보니까 개인적인 호도 있지만 그래서 마카롱을 하게 된 것 같다.
감독 봉준호의 영화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는 듯 하다
그래 봐주시면 감사하지만은 저는 이렇게 선하지 않다.
해외에 나가서도 영화제 같은 데서 질문받게 되면은 전공이 사회학이니 사회적인 담론이라든가 그런 맥락에 대해서 통찰을 하려 하거나 아니면 관심 많지 않냐고 질문받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실제 그렇지만 사회과학 책이나 그런 것들을 철학, 사회학의 내용을 봤을 때 제가 잘 흡수 소화를 못한다.
저는 거대 담론 같은 것을 잘 소화를 못하는 사람이고 그런 통찰까지 도달을 못한다. 대신 작고 자잘한 것들로부터 출발하는 이상한 디테일이나 아니면은 구석진 코너에 있는 어떤 것들로부터 출발해서 그런 걸 파들어가다 보면 이제 그 동굴이 점점 넓어지는 경향은 있다.
<괴물>의 예를 들어보면 그 매점, 그런 허름한 매점을 운영하는 가족의 송광호 배우 졸고 있는 모습에서 시작을 해서 딸이 괴물의 납치가 되지만 국가나 시스템이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그들을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그런데 그 바이러스의 탄생에는 미국이라는 존재가 있고 그런 정치적인 풍사가 확대가 되어간다.
저의 방식은 내가 출력된 내 몸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죽었는데 다시 눈을 뜨면 이제 내가 출력기에 나오고 있을 때 어떤 기분을 느낄까 그 상태로 나왔을 때 나의 친구는 나를 또 반겨줄까 이런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질문들이 있지 않나.
그래서 이런 극한의 직업에 있는, 죽어 마땅한 또는 죽을 법한 일의 미션에 계속 투입되고 그럴 때마다 아프고 고통스럽고 무섭고 싫은데 그래도 죽어야만 되고 다시 또 출력되는 입장에서 이 사람의 피부에 와닿는 그 느낌은 뭘까로부터 출발해서 <괴물<에서 설명한 것처럼 쭉 넓혀져 나가게 된다.
이 사회나 전체 커뮤니티가 미키를 천시한다. 조선시대에 대장장이나 푸줏간 사람 경멸하듯이 중요하고 핵심적인 일이고 필요한 일을 하는데 오히려 천시하고 박대한다. 마크 러팔로 캐릭터는 엄청나게 미키를 멸시하고 그러면서 이 사회나 커뮤니티에 대한 얘기가 있게 되고 그런 커뮤니티와 정반대되는 또 크리퍼 커뮤니티도 나오게 된다.
이쪽 커뮤니티는 미키를 계속 반복적으로 죽이거나 죽게 하는데 그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왜냐하면 네가 이 계약서에 사인했잖아 니 직업인데 죽어야지! 그리고 아무도 죄책감을 안 느낀다. 근데 반대로 크리퍼 커뮤니티는 아이 하나가 잡혀 있고 하니 그 애를 구하려고 설원 위로 모두 다 뛰쳐나온다. 그러니까 완전히 정확하게 반대된다. 이렇게 확장되어 간 것 같다.
이 원작 소설의 한 청년으로부터 출발해서 이제 여기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엔딩과 바로 앞에 악몽 장면에 보면 감독의 메시지나 의도가 담겨 보인다
악몽의 잔상이 꽤 남지 않나 공들여서 찍었고 조금 무섭기도 하다.
토니 콜렛 배우가 빨간 옷을 입고 나오고 퇴장했던 인물이 갑자기 나와서 그녀가 누르는 스위치에 따라 더 마주하기 싫은 사람이 나온다. 영화는 사실 해피엔딩이긴 한데 미키가 밝은 햇살 아래 나샤와 함께 웃으면서 끝나는 해피엔딩 못지않게 악몽의 잔상도 남기를 바랬다.
언제든지 그런 악몽의 상황과 잔상이 도사리고 있고 우리 주변에 그게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나마 천만 다행인 것은 그 악몽을 극복한다. 어릴 때부터 악몽을 많이 꿨지만 이번에는 안 무서웠다고 한다. 미키는 다시 햇살 아래로 간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도 미키가 중요했던 것이고 이제 악몽을 꾸긴 꾸지만 여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키의 성장 영화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숨겨진 장르가 미키 반스의 성장이다.
그래서 영화 제목도 처음에 17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미키 18이라고 타이틀이 이게 뒤집어지는 거 나온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다시 미키 반스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딱 끝나는 거니까 그 이름을 되찾는 여정 같은 건데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나이로 보면 17에서 18 이 어른이 되는 숫자이다. 보통 18세. 한국도 그렇고 서구권도 그렇고 18세 관람가 이런 것처럼 성숙해지는 성인으로 모든 커뮤니티가 인정하는 18이라는 숫자인데 그래서 17과 18이라는 그 숫자 경계선을 생각했었던 것 같다.
SF 장르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었다. SF 문고 같은 것도 사서 많이 봤었다.
어릴 때 좋아했던 이유는 환상적이고 신기한 것들이 많이 나와서 좋아했었는데 어른이 되면서 저는 오히려 우주건 미래건 외계 아니면 디스토피아건 뭐가 됐건 현재 우리 모습을 반추한다고 할까.
크리처나 몬스터 같은 것들이 나오게 되면 오히려 크리퍼도 그렇지만 그들을 통해서 인간의 모습을 비추어 보면 인간이 얼마나 한심한가를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2054년인데 미키도 미래를 묘사하고 멀리 우주로 가지만 여전히 우주에 나가 봤자 또는 미래에 가봤자 여전히 인간들은 찌질하구나 또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구나 오히려 그런 반-사이파이(sci-fi)적인 것 때문에 사이파이를 좋아한다고 하면 모순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미키 17도 사이파이의 외양을 갖추고 우주선도 나오고 하지만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은 찌질하고 멍청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정겹기도 하고 행성 간 송금 수수료 얘기하고 있고 그러지 않나.
그래서 SF 영화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있었고 특히 영어권 배우들이 나오고 영어 대사를 하는 영화를 하게 될 때 영어라는 장르에 기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아이스 스톰>이라는 영화 있다. 이안 감독의 가족 드라마인데 1960~70년대 베트남전 그 시기에 어느 미국인 가정의 구체적인 뉘앙스들이 있는 이야기를 찍었다. 근데 저는 그게 놀라웠고 저 같으면 그런 작품을 못할 것 같았다. 이안 감독님은 미국인 파트너가 있어서 가능한지 모르겠는데 저 같으면 절대 못 할 것 같다.
한국에 그러니까 저의 형이나 부모님들이 살았던 60년대 배경으로 뭔가를 한다면은 그 냄새를 알고 그 공기를 알고 뉘앙스를 아니까 제가 하겠지만 그래서 이안 감독님이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한데 저는 그런 도전을 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사이파이라는 다소 추상화돼도 뭔가 직설적인 얘기를 해도 되고 미래라는 틀에 묶이면서 국적이나 로컬리티 같은 게 희석되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이파이 장르가 영어 대사 영화를 할 때는 저희한테는 기댈 구석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그 장르 자체도 좋아하지만 따지고 보니까 <괴물>까지 포함시키면 제가 필모그래피가 절반이 SF더라.
영화 속에서 로맨스나 사랑의 힘에 대한 생각은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한 번 해야지! 더 젊을 때 할 걸 그랬나 <마더> 찍을 때는 오히려 걱정이 많았다.
내가 시나리오를 썼지만 <마더> 찍을 때 제가 만 39세였는데 뭔가 더 원숙한 삶의 성찰 속에 내가 한 62세쯤 됐을 때 찍어야 되는 스토리 아닐까 그랬었다. 불안했었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하면 김혜자 선생님이 저는 그렇게 되면은 그랜 마더가 돼요. 라고 하면서 내년에 빨리 찍으셔야 돼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번에 미키와 나샤의 사랑 얘기는 말씀하신 것처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기둥이나 척추 같은 것이고 원작 소설에서 제가 많은 것을 바꿨지만 그것만큼은 바꾸고 싶지 않았다.
나샤가 미키를 끝까지 지켜주려고 하는 어떤 순간이 있었는데 그래서 결국 이거구나! 왜냐하면 미키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가혹한데 영화에서 실실 웃으면서 있어서 그렇지 사실 냉정하게 그 상황을 보면 엄청 잔혹한 것이다.
미키가 처해 있는 상황들이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미키라는 한 청년이 파괴되지 않는다. 그게 제가 이 영화에서 정말 관객과 나누고 싶었던 부분이었다.
제가 그동안 과거에 제 영화에 나온 인물들을 가혹하게 다룬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고 그래서 미키가 이 모든 온갖 수난, 경멸, 무시와 몸도 부서지고 하는데도 끝까지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고 그렇게 만들어 준 것, 그럴 수 있었던 건 나샤 때문이다.
나샤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고 그리고 또 나샤의 캐릭터가 거기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크리퍼에 대한 완전히 다른 성찰을 하게 해주는 게 나샤이다.
미키는 자기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 시스템이 자기를 죽어라고 하고 이제 죽을 곳에 등 떠밀려 나가는데 최초로 누가 자기를 살려준 것인데 미키한테는 그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그 의미를 깨닫게 해준 것도 나샤이고 영화 속 악당인 독재자들과 엄청난 에너지로 맞서 싸우는 것도 나샤이다.
그래서 나샤라는 인물 그리고 나샤와 미키의 관계 둘의 멜로 장르를 일부분 도입해보고 싶었다 해보고 싶었다는 것보다 서사의 스토리에 보면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이나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인간 프린팅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SF적인 설정인 것 같지만 사실은 슬픈 일이다.
몇 년 전에 짧은 시간동안 발생한 사건들이 있었지 않나. 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이 있었고 젊은 청년이었는데 그 슬라이딩 도어에서 사고가 있었고, 최근에도 제빵 기계 사고가 계속 반복적으로 있지 않나.
그게 너무나 슬프고 이런 걸 막아야 해! 어떻게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돼라고 하지만 계속 생기지 않나. 그리고 아마 지금 나열했던 그 사건들의 그 자리에 다른 분들이 또 일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은 환경이 개선되거나 그 룰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슬프게도 그 자리에서 누가 그렇게 퇴장하게 되면 새로운 누가 온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미키가 혼자 그걸 계속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리프린팅하면서 산업재해로도 취급 안 하고 보험 처리도 안 되면서 연금도 적용이 안 되고 미키가 계속 투입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SF 환타지적인 설정인 것 같지만 사실은 현실적이고 잔혹한 그 설정인 것이다. 그게 슬픈 것이고 실제 현실에서 그 일자리 시스템은 유지되고 인간이 계속 교체되고 있는 것이지 않나.
김군 뒤에 박군이 있고 박군 뒤에 윤 양이 있고 계속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 것이 SF 영화를 찍는 의미인 것 같다. 사이파이 컨셉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견주어 보면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오히려 현실을 더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해야 되나. 사이파이 SF 컨셉으로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힘든 고충들이나 느낌들을 미키라는 인물이 처해 있는 그 가혹한 상황들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12월 3일 계엄 이후로 봉준호 감독이 영화 하신다면 어떤 것에 주목할까
무엇이건 영화화하려면 최소한의 시간적 거리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 상황의 한복판에 있으니까 그런 발상을 하기는 쉽지 않고 저도 매일매일 열심히 뉴스를 보는 입장이고 모든 것들이 다 잘 회복되길 바란다. 그리고 국민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 이건 사실 상처이고 정신적인 큰 집단 트라우마이다.
치유가 필요하고 실제 계엄 이후에 불면증에 걸리신 분들도 많다고 들었지만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불과 작년인데 <서울의 봄>이라는 계엄과 쿠데타를 다룬 영화가 나왔지 않나. 이제 44년 정도라는 시간적 거리를 갖고 그 영화를 보는 건데도 보면은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심박수 챌린지를 하는 그런 것도 있었지 않나.
그 영화를 보면 분하고 원통하고 영화에서 나온 독재자의 모습에 정말 치가 떨리고 하는데 그렇지만 극장을 나올 때는 아 44년 전에 저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로제의 아파트를 들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건데 갑자기 현실로 이런 황당한 일이면서 동시에 너무 큰 트라우마라서 이거는 빨리 좀 치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
'인터뷰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뷰] 배우 이설, 해영의 안쓰러움을 담다. 영화 <침범> (0) | 2025.03.13 |
---|---|
[인터뷰] 배우 경수진, 영화 '백수 아파트'에서 새로운 도전의 시작 (2) | 2025.03.05 |
[인터뷰] 제작자 마동석, 허투루 찍은 장면 없는 진심을 담다. 영화 <백수아파트> (0) | 2025.03.02 |
[인터뷰] 작가 이나은, 사랑은 이미 완성된 것, 그리고 위로. 넷플릭스 '멜로무비' (0) | 2025.02.26 |
[인터뷰] 이루다 감독, '쭈글쭈글한 인간미… 고규필은 원픽이었다" 영화 '백수 아파트' (1) | 2025.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