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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리뷰] 쾌락주의의 끝은?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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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뉴스 김예림]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가 6년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아름다움과 욕망의 이중성을 탐구하며, 도리안 그레이라는 인물의 타락을 그린다.

오스카 와일드는 작품속 세 인물에 대해 도리안 그레이는 내가 되고 싶었던 존재, 헨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 배질은 실제 나의 모습이라 말한 바 있으니 이를 참고해 관람하면 좋겠다.

막이 오르고 기둥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 기둥이 아니다. 세로로 즐비한 기둥형태의 led 패널들은 때론 커텐이 되기도 하고 때론 액자 가득한 벽면이 되기도 하며 작품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전달한다.

도리안을 찾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다 이내 조명이 켜지고 사교계 인사들의 파티가 펼쳐진다. 어린나이에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억만장자 도리안 그레이, 어머니의 아름다움과 할아버지의 잔인함을 물려받은 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도리안, 헨리, 배질 세 사람의 관계

새하얀 옷을 입은 순수해 보이는 남자. 매혹적인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끄는 그는 도리안 그레이다. 화가 배질은 런던 사교계에 등장한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에게 초상화를 그려준다.

헨리는 도리안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배질은 도리안을 향한 헨리의 접근을 경계한다. 결국 헨리는 도리안 그레이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설파를 전하고, 도리안의 타락에 일조하게 된다. 그렇게 헨리는 죄의식 없이 쾌락을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을 보고자 도리안 그레이를 타락시키는 실험을 시작한다.

"유혹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그 유혹에 굴복하는 거예요."

헨리는 도덕적 제약을 벗어나 본능과 쾌락을 추구하는 삶을 찬양하며, 도리안에게 이를 설파한다. 도리안 그레이는 결국 변함없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에 빠져, 자신의 영혼을 초상화와 맞바꾼다. 이를 통해 그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얻게 된다.



타락의 시작

극단 여배우 시빌과 연애를 하게 된 도리안은 주변인들을 데리고 그녀의 공연을 보러 가는데, 평소와 다른 연기실력으로 망신을 당한다. 시빌은 도리안과의 사랑을 통해 거짓된 사랑 연기의 허망함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도리안 그레이는 ‘당신의 재능을 사랑했나봐’ 라며 이별을 고하고, 시빌은 극장에서 목숨을 끊는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도리안 그레이는 초상화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다.

초상화가 ‘안 아름답게 보인다’라며 광기에 시달리기 시작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지만 오히려 엑스터시를 느낀다고 말한다. 심지어 오페라극장을 빌려 오페라 관람을 하기 까지 한다.

이를 본 배질과 헨리는 마치 천사와 악마처럼 대립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슬퍼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는 배질과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맞다는 헨리. 과연 헨리의 실험은 어떻게 끝날까?



액자를 이용한 연출

무대 정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액자 속 초상화는 시시각각 변화하며 도리안 그레이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글리치가 가득 들어가 형태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뭉개진 이미지는 도리안 그레이의 흔들리는 내면과 타락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낸다.



실험의 실패

이후 도리안 그레이는 끊임없이 타락하기 시작한다. 10년, 20년이 지나도 그의 외면은 여전히 젊고 아름답지만, 초상화는 붉은 색으로 추악하게 물들어가기만 한다. 마침내 그는 그림이 변한다며, 껍데기는 그대로지만 영혼은 공허하다며 울부짖는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원작을 조금이라도 알고 관람한다면 더 이해가 수월할 것이다. 또한 동성애적 코드가 나오니 유의 바란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오는 6월 8일까지 공연된다.


김예림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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