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인뉴스 김하늘]
영국 문학의 거장 E.M.포스터의 동명 소설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모리스>는 대학 재학 시절, ‘모리스’가 모든 것을 내던지며 사랑했던 ‘클라이브’의 연락을 받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클라이브를 향해 열린 감정의 ‘문’을 닫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하인 ‘알렉’을 만나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지난 3월 7일부터 초연을 선보인 <모리스>는 두 개의 프레임으로 나누어진 듯한 넓은 무대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하수에는 하나의 ‘문’이 있는데, 세 인물의 마음 속 문을 현실화 시킨 것이기 때문인지 문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장면은 많이 없고 문 옆으로 등장하고 퇴장한다.
또한 주인공 ‘모리스’가 일렁이는 본성 앞에서 혼란스러워 할 때 사용되는 조명과 3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통해 그의 감정과 상황을 극대화 시키며 극을 보고 있는 관객의 몰입을 더했다.
100분의 러닝타임, 빠르게 전개되는 세 사람의 이야기
뮤지컬 <모리스>는 10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초반 모리스가 정신과에 방문하고 최면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까진 자칫 늘어질 수 있지만, 현재에 모리스가 클라이브의 집에 방문하여 그의 하인으로 있던 ‘알렉’을 마주하며 극의 전개는 급속도로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알렉’을 맡은 배우는 그 외에 정신과 의사와 대학교 시절 클라이브와 모리스의 친구 역할로도 무대를 채워준다.
자칫 알렉의 캐릭터에 혼동을 느낄까 걱정할 수 있지만, 배우의 뛰어난 역량으로 세 명의 역할 모두 전혀 다른 분위기로 분하기 때문에 극을 관람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본성의 문, 엇갈린 두 사람의 방향
‘모리스’, ‘클라이브’, ‘알렉’은 모두 같은 본성의 문을 가지고 있다.
모리스는 클라이브를 통해 자신의 문을 발견한다. 낯선 감정 앞에서 혼란스러워 하지만 이내 자신을 받아들이고, 닫혀있던 클라이브의 문을 열어주며 그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
클라이브는 억압 속에서 자신의 본성을 통해 자유를 얻고 싶어했고, 모리스와 같은 마음이었지만 주어진 현실 앞에서 이내 자신의 문을 닫고 사회적 체면을 선택하였다.
알렉은 사회적 체면도, 지위도 중요하지 않고 ‘신사’라는 이미지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외면하거나 흔들려하지 않고 단 한번도 문을 닫은 적이 없던 알렉은 올곧게 모리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자유를 찾아 떠나는 강직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세 사람은 모두 같은 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저마다 문을 대하는 방식은 달랐다.
본능적으로 서로의 문이 열려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주어진 현실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하고 서로 엇갈리고 또 만나는 과정을 빠르지만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다른 선택을 한 두 사람의 결말
“당신은 이 어둠 속에서 편안하신가요?”
모리스는 과거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알렉을 만났지만, 정작 본인은 과거의 클라이브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쓴다.
자신의 문을 열고 그 너머에 있는 알렉은 누구보다 평온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그런 알렉을 보며 모리스느 더 이상 의사가 준 약을 먹지 않는다.
자신의 본성을 못 본척 하게 할 수 있어도, 완전히 가두진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된 모리스는 그제야 자신의 문을 바라보며 달려가 문을 열어 넘어간다.
모리스와 알렉이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클라이브는 사회의 체면을 챙긴 대신 자기 자신과 자신의 반쪽을 잃어버린 채 텅 비어져 있다.
각자의 선택을 하고 얻게 된 완전한 이별 속 클라이브는 모리스가 열어두고 떠난 그 문을 다시 굳게 닫으며 그 자리에 서 있다.
뉴프로덕션에서 제작한 창작 뮤지컬 <모리스>는 20세기 초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자신의 본성을 깨닫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모리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모리스의 시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한눈에 보기에도 예쁜 프레임 구조식 무대와 반투명 커튼을 통해 현재의 모리스와 과거의 클라이브를 연결 시키는 연출, 매력적이고 독보적인 넘버들은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뮤지컬 <모리스>는 오는 5월 25일까지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하늘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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