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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 연극

[인터뷰] 배우 진호, "이 작품의 최대 수혜자는 저" 서울시예술단 '천 개의 파랑'

[위드인뉴스 김영식]

부서져 폐기될 위기에 처했던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가 이번에도 희망을 찾아 달린다. 서울시예술단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이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콜리에 생명을 불어넣은 배우 진호는 “사실 이 작품의 최대 수혜자는 저이다. 제가 맞다”라며 작품을 통해 자신도 성장했음을 고백했다. 그는 콜리를 연기하면서 감정의 벽을 허물고,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초연에 이어 연재 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배우 효정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진호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콜리의 눈빛에 따뜻한 생명을 불어넣으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천 개의 파랑>은 천선란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극 중 인물들은 각기 다른 상처와 약점을 지니고 있지만, 서로 나누는 연대와 희망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큰 감동을 전한다.

특히 안락사 위기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은혜', 사고로 남편을 잃고 두 딸을 책임지는 '보경', 로봇 연구원 면접에서 좌절한 '연재' 등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단 1%의 희망을 믿으며 나아가는 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2025 <천 개의 파랑> 배우 진호. 사진제공 : 서울예술단



배우 진호, '천 개의 파랑' 콜리 역으로 다시 무대에 서다

보이그룹 펜타곤의 메인 보컬인 진호는 초연 당시 하반신이 부서져 폐기 위기에 처한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진호는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과정에 대해 "극작을 맡아주신 작가님과 이전에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좋게 봐주셔서 이전에도 작품을 하려다가 못한 적이 있는데 <천 개의 파랑>은 타이밍이 맞게 되어 함께하게 되었다. 정말 참여하게 되어 감사하다. 너무 좋아서 작년에 운은 여기다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이 재연 무대 참여하는 진호는 "1년 만에 재연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행복하다. 재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좋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진호는 "해가 바뀌어서 그런지 다시 작품을 만난다고 생각하고 보니 콜리가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거나 지금 보니 이게 맞는 것 같은데 하는 것이 생겼다"며 "개인적으로는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연습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천 개의 파랑' 재연 무대에서 더 깊어진 콜리의 매력 선보인다

진호는 초연에 비해 수정된 부분과 무대의 변화에 대해 "수정된 부분들이 조금 있고 무대가 커지다 보니 깊이에서 더 멋있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LED 패널의 배치가 다양하게 바뀌면서 무대가 입체적으로 변했다며 "해외 뮤지컬에서 무대 깊이가 깊어서 좋았던 느낌이 들어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대사도 연출적으로 조금 더 수정이 되거나 납득이 되도록 한 것이 있고, 더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진호는 넘버(뮤지컬 곡)의 길이가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넘버가 길어진 경우도 있고 짧아진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2025 <천 개의 파랑> 배우 진호. 사진제공 : 서울예술단



“퍼펫 콜리와의 호흡, 경험이 쌓이며 자연스러워졌다”

콜리 역은 퍼펫(인형) 조종과 연기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독특한 역할이다. 이에 대해 진호는 "저는 원래 퍼펫이라는 단어도 몰랐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연습실에서는 종이인형으로 연습했는데 퍼펫이 생각보다 디테일하고 10kg 정도로 무겁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제일 어려운 부분은 동기화인 것 같다. 제가 연기를 편하게 하고 싶어도 이 친구와 같이 가야 한다. 퍼펫의 관절은 인간처럼 돌아가지 않아서 각도가 정해져 있다. 그런 부분에서 약속이 많다. 거의 군무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진호는 퍼펫 조종과 연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거울 보면서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재연에는 더 자연스러워지고 콜리를 더 잘 쓰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제일 어려운 것이 고개의 각도여서 이 부분이 쉽지 않았는데 경험이 쌓이니 말할 때도 손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호는 콜리와의 완벽한 호흡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습하는 배우로서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한층 깊어진 연기와 진화한 콜리의 매력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그의 무대가 기대된다.

진호, ‘천 개의 파랑’ 콜리 역에 깊이를 더하다

진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콜리를 “로봇처럼 표현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I의 발전 속도와 변화에 따라 캐릭터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졌다. 그는 "AI가 작년만 해도 이렇게 상용화될지 몰랐다. 이 작품에는 지금보다 10년 후의 모습을 담다 보니 그때쯤 되면 AI가 어디까지 갈까 하는 고민을 한다"며 "어쩌면 이후에는 인간과 동기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진호는 콜리가 세상과 마주하고 인간과 소통하며 천 개의 단어 안에서 세상을 배우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처음에는 감정을 숨기려 했지만, 연출님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하셔서 느껴지는 대로 연기했다. 10년 후 AI가 어떻게 진화할지 알 수 없으니 느껴지는 대로 하니 더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AI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진호는 콜리를 연기하면서 AI와 로봇에 대한 생각이 변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1년 동안에도 시대가 변하다 보니 저도 AI를 받아들이는 저만의 생각들이 익숙해진 만큼 콜리를 연기하면서 ‘AI는 이래야 한다’거나 ‘로봇은 이러면 안 된다’는 벽이 깨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살아오면서 로봇이라는 단어 안에 갇혀 있는 것들의 경계의 벽이 허물어진 것 같다"며 "연기를 함에 있어서 ‘여기 갇혀 있지 않아도 된다’거나 ‘실제 콜리라면 더 했을 것이다’라는 열려 있는 콜리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5 <천 개의 파랑> 배우 진호. 사진제공 : 서울예술단



“효정 배우에게 아낌없는 응원”

진호는 함께 연습 중인 효정 배우에 대해 따뜻한 칭찬을 전했다. 그는 "뮤지컬 연습할 때 배우들끼리 잘한다 못한다는 말을 숨긴다. 평가가 될 수 있기도 하고 저도 이야기를 안 하는 편인데, 처음 만나보니 효정 배우가 기본적으로 밝지 않나. 안 도와줄 수 없다"고 말했다.

진호는 보컬 트레이너 경험을 살려 효정 배우의 노래 실력에 감탄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효정 배우가 노래가 잘 나오고 소리가 너무 좋았던 날은 그대로 가면 될 것 같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AI가 감정을 대체할 수 있을까

진호는 AI의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느끼면서도 연기에 있어서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에 대해서는 몇 년 전만 해도 절대 못 할 것 같은 것을 AI가 하고 있고, 그 변화에 있어서는 가까이 느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연기를 함에 있어서는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감정을 AI로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부르면서 와닿고 내가 슬픈데 이것을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여전히 AI가 넘지 못할 ‘감정의 벽’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콜리를 통해 나도 성장했다”

진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도 위로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사실 이 작품의 최대 수혜자는 저이다. 제가 맞다”라며 “제가 표현을 잘 못하고 딱딱한 편인데 콜리도 처음에는 딱딱하지만 이후에는 마음이 열린다. 그러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그런 모습을 보며 콜리도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진호는 콜리의 변화를 연기하면서 자신도 표현하는 것에 대해 편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에는 굳이 이야기 안 하는 것을 이야기하게 되고, 싫어하는 소리도 이야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게 되면서 사람이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또 말이 많아졌다는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2025 <천 개의 파랑> 배우 진호. 사진제공 : 서울예술단



“투데이와 함께한 행복, 그리고 이별의 벅참”

작품 속에서 콜리는 경주마 투데이와 특별한 유대감을 쌓아간다. 진호는 투데이와의 교감 장면에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는 “저도 투데이의 눈망울을 보면 감정 이입된다. 처음에 투데이를 만나면서 ‘이 말의 이름이 뭔가요’ 하며 첫 만남을 하게 되는데, 이제 말을 타고 달리면서 기쁨이라는 것을 처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 좋아하는 하늘을 보고 빠르게 달리며 행복을 느낀다. 그 장면에서 말과 함께 호흡하면서 빨라진 심장 박동을 느끼면서 ‘이런 것이 행복인가? 그럼 나도 투데이와 같이 말 등 위에서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투데이와 콜리가 한 몸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콜리는 투데이를 위해 두 번째 낙마를 결심하게 된다. 진호는 이 장면에서 느낀 감정에 대해 “작품 속에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없다. 콜리가 투데이를 위해서 ‘내가 있으면 투데이가 아플 것이고 행복하지 않을 거야’ 하며 두 번째 낙마를 결심하게 된다”며 “그때 어쩔 수 없이 이 감정이 벅차오르는 것은 투데이를 위해서라기보다 그 관계가 끊어짐에 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진호는 콜리를 통해 인간과 AI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연기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 그는 “제가 표현을 잘 못하고 딱딱한 편인데 콜리도 처음에는 딱딱하지만 이후에는 마음이 열린다”고 말했다.

콜리를 연기하며 자신 또한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하는 진호는 콜리와 함께 성장하며 무대 위에서 더 깊어진 감정 연기로 관객에게 공감과 감동을 예고하고 있다. 차가운 기계 속 따뜻한 마음을 그려낸 진호의 다음 무대가 더욱 기대된다.

서울시예술단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은 2월 22일 개막해 3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