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인뉴스 김영식]
"성장된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서울시예술단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 초연에 이어 연재 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배우 효정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우 효정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인터뷰에 나선 기자들을 맞이하며 "작년에 <천 개의 파랑>으로 처음 뮤지컬에 함께하게 되어 적응하는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이번 재연을 준비하면서 연재라는 캐릭터를 연구하고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같이 하는 더블캐스팅 된 서현정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재연하는 과정에서는 성장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걸그룹 오마이걸의 리더에서 뮤지컬 배우로서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효정은 연재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현실과 맞닿은 연재의 이야기는 전하려고 한다. 그리고 재연을 맞이한 효정의 각오와 이를 통한 진솔한 연기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천 개의 파랑>은 천선란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극 중 인물들은 각기 다른 상처와 약점을 지니고 있지만, 서로 나누는 연대와 희망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큰 감동을 전한다.
특히 안락사 위기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은혜', 사고로 남편을 잃고 두 딸을 책임지는 '보경', 로봇 연구원 면접에서 좌절한 '연재' 등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단 1%의 희망을 믿으며 나아가는 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었다"
효정은 <천 개의 파랑>이 뮤지컬 데뷔작이었음을 밝히며 "걸그룹 데뷔할 때부터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싶던 마음이 컸다. 뮤지컬에서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하자라고 생각했는데 <천 개의 파랑>을 하게 되었고, 자유롭고 노래하면서 또 다른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며 첫 도전의 설렘과 짜릿함을 전했다.
또한 "걸그룹 준비를 오래 해왔지만 더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걸그룹보다는 뮤지컬에 있다고 생각했다. 연습생 때 뮤지컬 노래로 월말 평가했던 때가 있었다. 감정을 살려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면에서도 뮤지컬을 해보고 싶었다"며 뮤지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고백했다.
효정은 "연기라는 장르는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노래를 하는 연기라면 노력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다"며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재연에서 성장된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다"
효정은 이번 재연에 임하며 성장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재연하는 과정에서는 성장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해서 연재라는 캐릭터를 성장된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어 재연을 하게 되었다"며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였다.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참여하게 된 효정은 "무대에 있어서 짜릿함을 느꼈고 재연이 있다면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효정, <천 개의 파랑> 연재 캐릭터 준비 과정
"나만의 연재가 생겼다"
효정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연재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초연 이후에 이렇게까지 화를 안 낼 것 같은 나만의 연재가 생겼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더블캐스팅된 서연정 배우와의 협업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서연정 배우님과 이야기하면서 '너는 어떤 것 같아?' 하면서 감정적인 깊이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고 할까. 극중 연재나 콜리의 감정에 대해서 편하게 스며든 것 같다"고 전했다.
"감정의 깊이에 집중했다"
효정은 초연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 "리허설 장면에서 콜리 넘버를 할 때 조명의 디테일의 변화를 보고 가득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무대가 조금 더 섬세하게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연을 준비하면서 가족 안에서 느끼는 위치나 혼자서 느끼는 그런 답답함, 외로움을 표현하려고 했다. 초연 때는 완벽하게 연재에 대해서 표현하려고 했지만 어려움이 있었고 초연 때 무대를 경험한 이후 연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며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효정은 "재연에는 인물을 대할 때 감정의 변화들에 신경 썼던 것 같다. 그래서 재연에는 다양한 감정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감정 표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효정은 노래에서도 감정 전달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음악감독과 음악 연습을 했을 때 노래를 편안하게, 조금 더 가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잘 들리게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재연에는 그런 점들을 중점적으로 신경 써서 노래하려고 한다. 재연에서는 감정선이 잘 보이게 준비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보여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 자연스럽고 용감하게"
초연 당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효정은 "초연 연습 때부터 시선을 고정하고 동작을 자연스럽고 용감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어렵고 안 해보다 보니 쑥스러웠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번 재연에서는 연출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연출님이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표현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이번 재연 때는 조금 더 손으로든 몸으로든 표현하고 싶을 때 더 하게 되더라. 공연을 하게 되니까 편해지는 마음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아직도 부족하겠지만 초연보다는 조금 더 무대에서 안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효정은 초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약속하며 "재연에서 감정선이 잘 보이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효정, 연재와의 공감 "현실의 벽을 느꼈다"
배우 효정은 "제가 대형 기획사 오디션을 보러 갔었는데 예쁜 친구들의 노래는 많이 들으시고 제 노래를 5초 듣고 더 이상 안 들으신 적이 있었다"며 당시 느꼈던 현실의 벽을 떠올렸다.
효정은 "걸그룹을 하게 되면 실력뿐만 아니라 외모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서 안경도 벗고 렌즈를 끼고 갔는데 그날 노래를 5곡을 시키더라. 한끝 차이인데도 달라지는 환경을 보면서 그때 느낀 감정을 이번 작품 속에서 생각한 것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극 중 연재 캐릭터에 대해 "연재는 고등학생이다 보니 열의를 가지고 꿈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하며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
뮤지컬 넘버에 대한 고충과 극복 과정 "도약음의 어려움… 노래는 여전히 도전"
효정은 <천 개의 파랑>에서 노래가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작품 속에 저음에서 고음으로 가는 도약음이 많다 보니 힘과 감정을 유지하고 음정과 박자를 유지하는 게 사실 초연 때도 많이 어려웠던 것 같고 지금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저와 같이 하는 서연정 배우와 '언니, 할 수 있겠지?'라고 말하며 둘이 용기를 내서 할 정도로 노래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정은 노래에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고 있으며, 감정선이 잘 드러나는 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 데뷔, 운명 같은 선택"
효정은 <천 개의 파랑> 초연 때 어떻게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작품이 회사 통해서 들어왔다. 제가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만 뮤지컬 캐스팅이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저의 어떤 면을 보고 뮤지컬 제안을 하셨지 하는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에서 이 작품을 읽어봐라, 초연이다, 네가 만드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어렵겠지만 뮤지컬 데뷔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고 원작 책을 3일 만에 다 읽었는데 잘 읽히더라"고 전했다.
효정은 극 중 연재 캐릭터와 자신의 현실이 겹쳐 보였다고 털어놨다. "연재가 무뚝뚝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며 가족 안에 결핍이 있는 친구이다. 저도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지만 현실에서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냈다.
이어 "제가 12살 때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다. 외부에서는 저희 가족이 화목하고 밝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희도 극 중 연재네 가족처럼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8년 정도 아빠 이야기를 안 한 적이 있었다"며 작품이 자신의 결핍을 꺼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이제는 그 결핍의 부분을 꺼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 20년이 됐으니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다"며 작품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가족의 반응과 감동적인 공감 "엄마의 강인함, 무대 위 보경에서 발견"
이어 효정은 뮤지컬 데뷔 후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엄마와 언니가 생각보다 좀 하는데? 하는 반응이 우선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특히 극 중 보경과 소방관이 헤어지는 장면에서 언니가 많이 울었다며 "저희 엄마는 항상 보경처럼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작품 속 보경의 여린 부분을 보며 우리 엄마도 그런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언니가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효정은 "저도 엄마의 외롭고 힘든 부분들을 100% 마주할 수 없었던 것 같다"며 작품을 통해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음을 밝혔다.
진호와의 호흡, 무대 위 따뜻한 동료애
효정은 콜리 역을 맡은 진호와의 호흡에 대해 "진호 배우는 제가 낯설어하고 긴장할 때마다 '너 잘하고 있어'라며 긴장을 풀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가 잘 나오는 날에는 '너 소리가 왜 이렇게 좋아'라며 칭찬해주기도 했다"며 진호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두 사람은 포스터 촬영에서 처음 만났지만, 무대를 함께 하면서 급속히 친해졌다. 효정은 "콜리라는 인물에 대해 정이 쌓이고, 무대 위에서 콜리가 귀엽고 따뜻해 보이는데 진호 오빠처럼 보이기도 했다"며 "그런 콜리가 있어서 든든하고 편했다"고 밝혔다.
특히 효정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마지막에 콜리(진호)가 말에서 떨어질 때 '마음껏 달려 투데이!' 하며 엉엉 울듯 말하는 부분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정말 이 작품에 진심이구나 하는 게 느껴졌고, '따뜻한 콜리였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호의 연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래 스타일보다는 감정 전달에 집중 "뮤지컬 넘버와 걸그룹 노래, 가사 전달이 핵심"
효정은 뮤지컬 넘버와 걸그룹 노래의 차이에 대해 "거의 똑같은 것 같다"며 "걸그룹 노래도 그렇고 뮤지컬 노래도 가사 전달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천 개의 파랑>에서도 가장 신경 쓴 부분이 가사 전달이라며 "딕션이나 가사에 포인트가 잘 들리게 하는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효정은 노래 스타일을 만드는 것보다는 연재라는 캐릭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 나이의 연재가 어떤 감정으로 노래하는지, 언니를 위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며 전달력 있게 노래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걸그룹 활동을 통해 쌓은 노래 실력과 뮤지컬 무대에서의 감정 표현을 조화롭게 녹여내고 있는 효정의 노력이 돋보인다.
과학기술을 믿고 싶다
효정은 AI 기술의 발전에 대해 "걸그룹, 보이그룹, 가수들도 언젠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필요한 부분도 있으니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세상에 없을 때 저를 구현하는 것은 AI일 수 있지만, 그걸 통해 저를 떠올리게 해주는 건 과학"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AI 기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과학 기술을 믿고 싶다"고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제가 없어져도 제가 걸그룹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AI가 구현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효정은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걸그룹 무대 위에서 보여준 밝고 당찬 모습과는 또 다른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통해 그녀는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 <천 개의 파랑>에서 연재의 성장과 함께 효정 역시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그녀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그녀의 진심 어린 연기와 노래가 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시예술단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은 2월 22일 개막해 3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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