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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인터뷰] 김여정·이정찬 감독, 어떤 침범은 삶을 뒤흔든다. 영화 <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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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뉴스 김영식]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사랑을 의미하지만, 때로는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해온 모성은 과연 절대적인 감정일까. 영화 <침범>은 영은과 소현, 그리고 민과 해영. 서로 다른 네 인물의 시선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서서히 깊어진다. 따뜻한 손길과 차가운 감정이 뒤섞인 그들의 관계 속에서, 잔잔한 물결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는 어느 순간 돌연 거센 파도가 몰아친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영화 <침범>의 김여정·이정찬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여정·이정찬 감독 "두 개의 이야기, 하나로 합쳤다"

이정찬 감독은 영화의 초기 구상에 대해 "김여정 감독과 제가 이제 아이템들이 있었다. 스릴러 장르의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전반부에 나왔던 소현이라는 캐릭터와 2부에 나왔던 해영이라는 캐릭터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니까 소현이의 20년 후 같기도 하고 해영이의 20년 전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어서, 그럼 한번 이야기를 좀 구성을 합쳐보면 어떻겠냐 이야기를 하면서 각색을 계속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여정 감독 역시 "두 작품이 붙으면 아무래도 이제 전후이긴 하지만, 후반부에는 소현 찾기로 넘어가게 되는데,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서 미스터리도 살릴 수 있고 시너지가 나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럼 같이 해볼 만 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여정, 이정찬 감독(좌로부터) 사진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연출 방식,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영화 <침범>은 두 감독의 협업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두 명의 감독이 한 영화에서 어떻게 역할을 나누었는지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 감독은 "저희가 시나리오부터 계속 같이 쓰긴 했는데, 프리 프로덕션 때도 1, 2부를 통틀어서 모든 사항들을 같이 합의하에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진행 면에 있어서 1부는 주로 이제 김여정 감독이 배우들과 소통하고, 저는 좀 뒤에서 얘기를 한다든지 그렇게 진행이 됐고, 2부는 반대로 제가 키를 잡고 연출을 하면서 뒤에서 토론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근데 이걸 나누는 게 저희한테는 큰 의미는 없었다. 어쨌든 같이 합의를 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굳이 나누자면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다른 톤을 시도했다"

영화를 보면 1부와 2부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그래도 이야기가 1, 2부로 나눠져 있으니까 두 개의 색깔을 도드라지게 가져가는 게 보는 분들도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 역시 "그리고 독특한 스릴러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그래서 톤을 맞추면 맞출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일부러 다양한 재미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저희 색깔대로 가보자 해서 이렇게 나온 것 같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1부는 소현이와 영은 이야기와 어울리는 톤들을 가져가고, 2부는 해영이와 민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에 좀 어울리는 톤을 가져가 보자라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침범>, 스릴러 속 숨겨진 감정과 메시지

영화 <침범>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순수함과 위협이 공존하는 캐릭터 설정과 연출 방식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김여정 감독과 이정찬 감독이 영화의 핵심 장면과 캐릭터 구축 과정에 대해 직접 밝혔다.

먼저 김여정 감독은 소현의 의상에 대해 "소현이의 의상에 관해서는 '일부러 한 게 아니냐'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맞다. 그냥 보통의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남들이 봤을 때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지만, 반사회적 성격장애인 것은 아이 엄마만 아는 상황이다. 그래서 최대한 아이 옷을 그렇게 입혔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감독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TMI이긴 한데, 제가 처음으로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던 때가 있었다. 강아지를 사랑하긴 했지만, 어느 순간 감당이 안 되는 순간이 왔다.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뭐라고 해야 할지도 힘들었다. 그래서 아기는 아직 낳아보지 않았지만, 그때 감정으로 이 시나리오를 썼다.내가 얘를 사랑하지만 지킬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거기서 장르적으로 발전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정찬 감독. 사진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누구나 일상을 <침범>당할 수 있다"

이정찬 감독은 영화의 제목 <침범>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 "저희 영화가 <침범>이라는 제목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일상을 완전히 파괴시키거나 뒤흔들 만한 그런 일들이 살면서 벌어질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들은 아이가 어떻게 자라날지 모른다."면서 그런 불확실성이 영화 속에서도 중요한 테마로 작용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엔딩 장면, 가장 깊이 논의한 부분"

김 감독은 시나리오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으로 엔딩을 꼽았다. "1부의 마지막과 2부의 마지막을 어떻게 구성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어쨌든 한 영화이기도 하고, 1부가 끝났을 때 어떤 방점을 찍어야 2부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 가장 큰 숙제였다. 또한 1부에서 너무 강한 인상을 남기면 2부의 임팩트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점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의 핵심 장면 중 하나인 저수지 씬에 대해 김 감독은 "저수지 씬이 오프닝과 엔딩으로 들어가 있다. 그 씬 자체가 영화를 앞뒤로 묶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많이 고민하거나 궁금해할 부분이 '정말 소현이 같은 아이들이 있을까'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아이가 나쁘게 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관객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싶었다. 저희도 그런 고민을 하면서 오프닝과 엔딩 씬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김여정·이정찬 감독 <침범>, 제목에 담긴 의미

영화 <침범>은 원래 가제 <미스트>로 시작됐다. 이정찬 감독은 제목 변경에 대해 "저희 작품 가제가 <미스트>였다. 해영의 알 수 없는 내면이 안개처럼 가려져 있다는 느낌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침범>이라는 제목이 선택된 이유에 대해 이 감독은 "저희 영화에서 관객들을 끌고 가는 두 캐릭터는 영은과 민이다. 그들은 마치 사고처럼 소현이와 해영이를 마주하게 되고, 이들이 없던 이전의 일상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는지가 영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두 캐릭터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면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나에게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생각지도 못했던 누군가나 상황 때문에 일상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침범>으로 제목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김여정 감독. 사진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곽선영 배우, 냉미녀의 카리스마와 따뜻한 모성을 동시에 지닌 배우"

김여정 감독은 <침범>에서 곽선영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드라마 스페셜 <보통의 재화>를 보고 곽선영 배우님께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보이시한 여성을 좋아하기도 했고, 곽선영 배우님이 시크한 표정을 지을 때 느껴지는 냉미녀 같은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마침 무빙이 크게 성공한 시기였고, 꼭 함께 작업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선배님이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너무 기뻤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곽선영 배우는 단순히 연기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조망하는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줬다고 한다. 김 감독은 "곽선영 선배님이 영화를 크게 보셨다. 제가 현장에서 눈짓만 보내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 알아들으시고, 다음 컷에서는 다른 연기로 보여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가 입봉 감독이기도 하고, 선배님께 의지를 많이 했다. 또 제가 미혼이고, 선배님은 아이가 있으시다 보니 아역 배우와의 작업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아역 배우 기소유와 곽선영의 관계에 대해 "현장에서 기소유 배우가 거의 친엄마처럼 따를 정도로 편하게 대화했다. 곽선영 선배님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지만, 어른 같은 면모가 있었다. 의연하시면서도 아이 앞에서는 진짜 엄마처럼 변하시고, 슛이 들어가면 바로 영은의 감정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극찬했다.

"곽선영, 감정의 극단을 오가는 연기"

김여정 감독은 곽선영 배우와의 작업에 대해 "선배님은 평소 밝고 유쾌한 분이라 촬영장에서는 아역 배우와도 함께 웃으며 분위기를 띄우셨다. 하지만 영화 속 영은이는 메마른 감정의 소유자다. 그래서 '사회생활할 때는 입으로만 웃되, 눈은 웃지 말아 달라'거나 '소현과 있을 때는 아예 웃음을 없애 달라'는 세밀한 디렉팅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엔딩 장면에서는 반대로 ‘진짜 엄마의 얼굴’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김 감독은 "소현이가 원했을 법한 따뜻한 말과 행동, 미소 등을 표현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선배님이 소현 역의 기소유 배우와 촬영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2부 촬영을 먼저 진행했는데도, 엔딩 장면에서 아이를 안아주는 모습이 너무나 설득력이 있었다. 모니터를 보면서 저희 둘 다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정찬 감독. 사진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김여정·이정찬 감독 "배우들의 감정 밑바닥까지 끌어냈다"

이정찬 감독은 배우들의 감정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연출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리 씨(권유리)에게는 민이라는 캐릭터의 감정을 최대한 바닥까지 끌어내 보자고 했다. 민은 자기파괴적이고 속내를 깨고 깨야 드러나는 인물이기 때문에 감정을 더욱 깊이 파고들도록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 신유리는 오열 후 분노로 변하는 감정을 표현해야 했는데, 감독과 배우 모두 만족하지 못해 다음 날 재촬영을 결정했다. 이 감독은 "결국 원하는 감정을 끌어내면서도 배우에게는 꽤 어려운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설 배우에 대해서는 "해영이는 밝고 친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려는 성향을 강조하기 위해 톤을 올리는 연기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설 배우는 현장에서 독특한 호흡을 갖고 있어서 그것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 편집에서도 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김여정·이정찬 감독 "물과 불, 상반된 이미지로 캐릭터의 변화를 표현했다"

김여정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신경을 쓴 연출로 '수영장 장면'을 꼽았다. 그는 "이 시나리오가 처음에는 수영장 이미지에서 시작됐다. 엄마와 아이가 물속에 있는 장면을 꼭 찍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수영장에서의 장면이 잘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정찬 감독은 2부에서 ‘건조한 느낌’을 강조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현에게 물은 두려운 공간이자 엄마를 상징하는 요소다. 그와 반대되는 불을 활용해 해영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모습을 강화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한정된 예산, 색과 대비로 극복"

영화 제작 과정에서 예산의 제약을 창의적으로 해결해야 했던 점도 언급됐다. 김 감독은 "컬러를 적극 활용해 예산 문제를 극복했다. 투자할 곳과 절약할 곳을 명확히 나눴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각 캐릭터의 의상과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을 대비시켜 변화를 강조했다. 특히 2부의 색감은 1부와 다르게 가져가면서 이야기에 깊이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음악,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 변주됐다"

이정찬 감독은 <침범>의 음악이 캐릭터 중심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전체적으로 전자음악 베이스를 활용하고 싶었다. 클래식한 느낌보다는 미스터리와 후반부의 장르적 색깔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김여정 감독은 음악의 변화에 대해 "1부에서는 서정적인 음악이 흐르다가 2부에서는 변주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속도감 있는 전자음악이 강하게 들어가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2부 중반쯤 되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들이 많아지는데, 그때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음악 감독님의 힘을 많이 받았다"고 강조했다.


▲김여정(앞), 이정찬 감독(뒤) 사진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김여정·이정찬 감독 "모성과 인간성, 기존의 틀을 벗어나 고민해보길"

이정찬 감독은 영화 <침범>이 기존의 범죄 스릴러와 차별화되는 지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대개 관객들이 공감할 지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서 해영이라는 캐릭터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인 모성에 대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접근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영화에서 다뤄온 모성은 신성하거나 절대적인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 열어놓고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김여정 감독은 "단순히 인간성과 모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뿐만 아니라, 장르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소현을 찾는 과정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을 나누어 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다.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지금껏 보지 못했던 독특한 심리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감독들이 전하고자 한 깊이 있는 메시지와 새로운 형식의 시도는 <침범>을 기존 스릴러와 차별화된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과연 관객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를 모은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손길, 불길처럼 타오르는 분노, 그리고 차갑게 식어가는 얼굴들. 영화에서 김여정·이정찬 감독은 영화 속에서 관객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할 기회를 남겨두었다.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잔상들은 누군가에게는 스릴러, 누군가에게는 심리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각자의 마음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될 듯 보인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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