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인뉴스 김영식]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승부는 단순한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넘어, 예측할 수 없는 파도를 견뎌야 했다. 촬영을 마친 후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고, 개봉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그러나 김형주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도, 바둑처럼 인내와 결단의 연속이었다. 그는 차분히 기다렸고, 결국 승부는 스크린에 오르게 되었다. 바둑판 위에서 펼쳐지는 스승과 제자의 승부처럼, 영화 역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김형주 감독은 조훈현과 이창호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긴 기다림 끝에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지금, 그가 승부를 연출하며 고민했던 순간들과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직접 들어보았다.
김형주 감독 "돌고 돌아 개봉…담담했지만 결국 울컥"
김형주 감독은 영화 승부를 극장에서 선보이게 된 소감을 전하며 "생각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돌고 돌아서 개봉하게 됐다. 제작보고회나 언론시사회, VIP 시사회 때도 담담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렇게 담담했다가 손님들 다 보내고 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에 가다 기사 하나를 클릭했다가 좋게 써주신 기사를 보고 눈물이 터지기 시작해서 집에 내릴 때까지 울컥 올라오는 것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영화 촬영과 후반 작업은 특정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마무리된 상태였다. 김 감독은 "제 기억으로는 첫 보도는 실명 보도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일 내에 그 사실을 기사로 보고 제작사와 소속사로 확인하고 나서 처음에는 믿기지도 않았고 이 영화는 어떻게 되나, 어디로 가나 하는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상황이나 그런 것들을 바꾸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그냥 견뎌내는 방법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넷플릭스 측에서 자막 작업을 하고 있었고 공개가 한두 달 남겨둔 시점이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윤종빈 감독과의 협업 과정
김 감독은 윤종빈 감독과의 작업 조율에 대해 "윤종빈 감독님 와이프가 제 학교 후배이다.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국수의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을 윤 감독님에게 이야기했고, 윤 감독님이 '생각 있으면 네가 해봐!' 하셔서 제가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쓰면서 윤 감독님과 티키타카가 오갔다. 서로 신경을 썼던 것은 바둑을 모르는 관객들이 대부분일 테니 저는 데이터를 찾아보면서 바둑을 설명하려고 치중했고, 윤 감독님은 대국 장면들을 체크해서 조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호 캐릭터의 변화 과정
이창호의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된 이후의 성격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실제 바둑팬들은 '어릴 때 이창호 국수의 성격이 저거 아닌데' 할 수 있다. 실제로 바둑을 접하기 전에 이창호 국수는 승부욕도 강하고 개구쟁이기도 한 내용이 자서전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돌부처라는 별명이 있는 성인이 된 이창호가 자기 바둑을 만들면서 성격이 변모하는 과정이 아역과 대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실제 성격을 아역에 부여하면 그가 변화하는 과정이 설득력이 없는 느낌이 있었고, 실제 스토리를 모르는 분들이 이창호 캐릭터를 만나고 이창호 캐릭터에 이입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친근한 설정을 가져갔다"고 밝혔다.
김형주 감독 "조훈현·이창호 국수 모두 찾아뵀다"
김형주 감독은 영화에서 조훈현, 이창호라는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싶어 두 바둑 거장을 직접 찾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조훈현 국수는 영화처럼 말씀도 직설적이고 대화를 주도하는 반면, 이창호 국수님은 상상 이상으로 말씀이 없으시다"고 말했다.
이어 "조훈현 국수님은 영화를 보셨고, 이창호 국수님은 대국 일정이 있어서 극장에서 꼭 보겠다고 제작사를 통해 말씀을 전해주셨다"고 덧붙였다.
바둑계의 협조도 컸다. 김 감독은 "기원 쪽에서 많이 도와주시기도 하셨는데, 풍문으로 듣기로는 예전부터 충무로에서 조훈현 국수님에게 영화 제안이 있었으나 거절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두려움을 안고 제안을 드렸는데, 세월이 흘렀고 제 추측으로는 이 스토리가 영화화되는 것이 침체된 바둑계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창호 국수님은 스승님이 하신다니 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고 말했다.
바둑의 치열함과 품격
김 감독은 바둑의 긴장감을 강조했다. 그는 "바둑을 모르는 분들은 바둑이 정적이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편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치열하고 처절한 싸움이다. 바둑기사들도 한 경기를 하면 4~5kg씩 빠진다고 하더라. 고도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는 복기를 꼽았다. "경기가 끝나고도 승자와 패자가 마주 앉아 경기를 되돌아보며 내가 했던 실수와 상대가 잘했던 부분을 돌아보는 것이 품격 있고 인상 깊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영화적 연출과 실제 사연
김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지만 극적인 연출을 위해 일부 설정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바둑계에서 레전드인 인물들을 다루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잘못하면 난리가 날 것 같았다"며 "아역 캐릭터 설정도 큰 격변은 아니지만 조심스러웠고, 영화적 효과를 위해 실제 사건의 연대기를 비튼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스승과 제자가 처음 만나는 시점은 이미 조훈현 국수가 세계대회를 우승한 이후였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최고의 자리에서 제자를 만나는 설정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화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처음 패하는 대국은 실제로는 세 번째 대결이었다. 처음 두 번은 일방적으로 이창호 국수가 졌고, 영화적으로 첫 대결에 힘을 주기 위해 처음인 것처럼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훈육 방식도 차이가 있다. 김 감독은 "조훈현 국수는 영화처럼 디테일하게 훈육하지 않았고, 이창호 국수는 이미 완성형의 제자였기에 그날의 대국을 복기할 뿐 훈육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심스러웠지만 큰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노력을 했다. 첫 대국 이후의 타임라인은 거의 고증 그대로 갔고, 처음과 마지막은 실제 기보를 바탕으로 재현했다. 그래서 아시는 분들은 '그때와 같네'라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형주 감독 "도망가지 않고 버텼다"
"바둑판에서 피하기 시작하면 갈 곳이 없다."
김형주 감독은 영화 승부에서 인상적인 대사를 꼽으며 조우진 배우가 한 대사를 언급했다.
그는 "저도 도망가지 않고 개봉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덧붙이며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인내와 의지를 강조했다.
각 배우 캐스팅 이유
김 감독은 배우 캐스팅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이병헌 배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팬이었고, 데뷔하실 때부터 모든 작품을 봤었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한 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였고, 저도 시놉시스를 작업할 때부터 '이 사람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이병헌 선배가 거절하면 영화 자체의 기획을 엎을 생각이었는데, 캐스팅이 되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창호 역할에 대해서는 "극 중에서 기풍, 성격, 외모까지 조훈현 캐릭터와 상반되되, 실제로 이병헌 선배와도 차이가 느껴지는 배우였으면 했다. 그리고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아우라에 주눅 들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대로 부딪힐 수 있는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캐스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아인 배우에 대해서는 "그동안 본인이 해왔던 퇴폐적이거나 음울하고, 광기 어린 캐릭터와 달리, 이번에는 묵직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자기만의 해석을 통해 이창호 캐릭터를 잘 연기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우진 배우에 대해서는 "영화 보안관에서도 함께했고, 사석에서도 자주 뵙는 분이다. 워낙 연기 내공이 탄탄하시고, 믿음이 가는 분위기를 갖고 계신다. 외모적으로도 약간의 의상만 갖춰 입어도 바둑 고수의 풍모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형주 감독 "이병헌, 모든 장면을 영화처럼 만드는 배우"
김형주 감독은 이병헌 배우와의 협업에 대해 극찬했다. "뻔한 이야기지만, 연기로 이야기할 것이 없을 정도로 완성된 배우이고 위대한 배우이다."
그는 현장에서 이병헌의 연기에 감탄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극중 인터뷰 장면에서 이병헌 배우가 '이런 모습도 있으시네'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모든 장면을 영화처럼 만드는 힘이 있다. 근사하고 클래식하게 만들어 주시는 힘이 있어서 너무나 놀라웠고, '이래서 이병헌, 이병헌 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저는 그저 잘 묻어가면 되겠구나 싶었고, 감독으로서 매순간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사건 이후 유아인과의 대화
김 감독은 유아인 배우와 최근 직접적인 연락을 한 적은 없지만, 지난해 그의 부친상 당시 짧은 만남이 있었다고 전했다.
"작년에 유아인 배우 부친상이 있어, 한다리 건너 아는 스태프 출신 친구를 통해 연락이 왔다.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가는 것이 도리이지 않나 싶어 조문을 갔다."
그는 조문 자리에서 유아인이 "죽을 죄를 지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상황이 길게 대화를 나눌 자리는 아니었고, 자신도 금방 서울로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김형주 감독, 승부 연출하며 "바둑과 감정, 균형이 가장 큰 고민"
김형주 감독은 승부를 연출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으로 "밸런스"를 꼽았다.
"바둑을 얼마나 친절하게 설명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너무 불친절하면 관객이 집중력을 잃을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설명하면 감정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적정선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바둑 경기의 진행을 설명하는 방식도 신중을 기했다.
"승부 과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유리하다', '불리하다', '불리한데 뭔가 해보려 한다'는 정도의 설명으로 조절했다."
촬영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김 감독은 첫 테스트 촬영을 특별한 순간으로 꼽았다.
"피팅을 하고 헤어·메이크업을 마친 이병헌 선배와 유아인 배우가 나란히 투샷으로 잡혔다. 그 장면을 보며 '이제 나만 정신 차리면 된다' 싶었다.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스틸컷으로 포스터를 만들어도 될 정도로 멋진 장면이었다."
또한, 청룡영화제 이후 촬영했던 장면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병헌 선배와 유아인 배우가 나란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유아인 배우가 수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촬영이 조훈현 국수가 이창호 국수에게 처음 패배한 뒤 복기하는 장면이었다. 전날부터 어질어질했다."
그러나 촬영장 분위기는 이병헌 배우의 재치로 풀어졌다.
"이병헌 선배님이 오시자마자 '감독님, 오늘 찍는 게 어제 아인이가 상 타고 제가 못 탄 그 심정이죠?'라고 농담을 던지셨다. 덕분에 좋은 분위기로 촬영할 수 있었다. 선배님은 어른이시다."
이창호 시점이었다면?
만약 영화가 이창호의 시선으로 진행됐다면 어땠을까?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였을 것"이라며 조훈현과 이창호의 관계에 주목했다. "신동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도 흥미로웠겠지만, 두 사람의 관계 자체가 드라마틱했다. 최정상의 자리에 있는 스승과 제자가 맞붙는 일은 거의 없지 않나."
특히, 바둑계에서는 스승이 내려갈 때쯤 제자가 올라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조훈현은 달랐다고 말했다.
"조훈현 국수는 불세출의 스타였기에 최정상에서 제자와 맞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스승 입장에서 자기가 키운 제자에게 타이틀을 빼앗긴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기뻐해야 하나, 아니면 이를 갈면서 다시 이겨야 할까?"
그는 조훈현이 내리막을 경험한 뒤 다시 반등하는 과정이 가장 마음이 갔다고 설명했다.
"정상에서 내려온 뒤 바닥까지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잊히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조훈현 국수는 다시 반등했고, 결국 제자와 재회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승리의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승부, 패배의 순간을 담아내다
김형주 감독은 승부에서 조훈현과 이창호가 패배를 경험하는 방식을 신중하게 연출했다.
"조훈현 국수가 처음 패배하는 순간, 화면을 뒤집고 바둑돌이 떨어지는 CG 장면을 넣으려 했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 톤과 맞지 않아 결국 편집했다."
대신 조훈현의 패배가 '쌓아놓은 성이 무너지는'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반면, 이창호가 패배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단단한 기풍을 반영해 석상에 금이 가는 이미지를 활용했다.
"이창호 국수는 자신만의 노력으로 탄탄하게 쌓아올린 기풍을 지닌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패배 순간은 바둑알에 금이 가는 이미지 컷을 활용해, 그가 쌓아온 것이 흔들리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결국, 영화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승부를 즐기는 스포츠적 감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당연히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만, 경쾌한 스포츠를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한 판의 승부가 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감정을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 에필로그에서는 앞으로도 두 사람이 계속 만나 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느낌을 담백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바둑돌 소리, 그리고 사운드 연출
김 감독은 영화에서 사운드 연출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바둑돌 소리와 국면 전환 장면들의 사운드가 중요했다. 각 캐릭터의 기풍에 맞춰 사운드팀과 함께 고민했다. 어떤 때는 날카롭게, 어떤 때는 둔탁하게 바둑돌이 놓이도록 조절했다."
특히 결승 대국이 펼쳐지는 대국장에서 사운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대국장, 특별 대국실에서는 사운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초시계 소리, 난로 소리, 환풍기 소리 등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려 했다. 어떤 순간에는 이러한 소리를 과장되게 강조해 감정을 극대화했다."
승부, 편집된 장면들에 대한 아쉬움
김형주 감독은 승부를 편집하며 많은 장면을 덜어내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훈현 9단이 영화에서 자신의 부활 과정이 짧게 그려진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고 전했다.
"조훈현 국수께서 영화를 보시고, ‘나는 바닥을 찍고 다시 올라오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는데, 영화에서는 왜 이렇게 짧게 다뤄졌냐’고 하셨다고 들었다."
사실 조훈현이 재기를 다지는 장면들은 원래 더 많았다고 한다.
"극 중 조훈현 국수가 등산을 하며 체력을 단련하고, 담배를 끊는 장면들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최종 대국을 향해 만나는 흐름을 살리고 싶었고, 영화의 호흡이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편집했다."
결국 조훈현이 바둑판에 새겨진 자신의 유년 시절 문구를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 것으로 간결하게 표현했다.
김형주 감독의 영화관
김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고 말했다.
"저는 이야기에 꽂히면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승부도 그렇지만, 휘발되지 않는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승부, 엔딩 장면의 의미
김형주 감독은 승부의 엔딩이 단순한 경기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두 인물의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대국의 결과지만, 저는 이 승부를 통해 두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자에게 다시 도전하는 스승도, 정상을 지키기 위해 스승이 걸어온 길을 뒤따르며 성장한 이창호 국수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관점에서 감독은 두 배우에게 대국 장면을 촬영할 때 승패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으로 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물론 승부의 과정과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두 사람이 성장한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더 신경을 썼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점
김 감독은 승부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는 온전히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중의 선택이고 권리라고 생각한다.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기보다, 극장에서 보면 눈과 귀로 다양한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는 결국 세상과 만나야 비로소 완성된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승부가 드디어 관객과 마주했다. 김형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승부의 과정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승부였다. 예상치 못한 난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개봉이라는 결과를 맞이했다. 김형주 감독이 말했듯, 바둑에서 한 판이 끝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승부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승부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는 이제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치열한 순간들, 그리고 김형주 감독의 진심은 긴 여운으로 남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김영식 withinnews01@gmail.com
'인터뷰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뷰] 배우 강말금, 배우로 살아가는 길 위에서. 영화 <로비> (0) | 2025.04.02 |
---|---|
[인터뷰] 배우 류준열, 믿음의 경계에 선 사람. 영화 <계시록> (0) | 2025.03.30 |
[인터뷰] 배우 곽선영, 느리지만 확실한 발걸음. 영화 <침범> (0) | 2025.03.17 |
[인터뷰] 김여정·이정찬 감독, 어떤 침범은 삶을 뒤흔든다. 영화 <침범> (1) | 2025.03.15 |
[인터뷰] 배우 권유리, 새로운 도전의 문을 열다. 영화 <침범> (0) | 2025.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