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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리뷰] 유쾌한 한방을 보여주는 동네 초능력자들. 영화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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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뉴스 김영식]

“나는 예뻐지는 초능력 일래나요?”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거리를 가르며 달린다. 긴박한 수술 장면으로 이어지는 오프닝은 마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처럼 관객의 긴장을 끌어올린다. 비장한 음악이 깔리고, 영화 <하이파이브>는 그렇게 예상 밖의 분위기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훨씬 유쾌하고 엉뚱한 전개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을 통해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의 인물이 그 능력을 노리는 세력과 맞서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 활극이다. 초능력을 지닌 평범한 이들이 각자의 삶을 이어가다 만나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싸워나가는 과정은, 웃음과 감동을 넘나들며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동네에서 치맥하는 초능력자들

영화 <하이파이브>는 장기 이식과 함께 초능력을 얻는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심장을 이식받은 인물은 괴력과 스피드를, 폐는 강풍처럼 내뿜는 폐활량을, 간은 치유 능력을, 각막은 전자기파 조종 능력을 갖게 된다. 장기의 기능과 연결된 이 초능력들은 저마다의 문신과 함께 캐릭터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강형철 감독은 이러한 설정에 상상력을 덧붙인다. 괴력과 민첩성을 지닌 인물을 예상 밖의 중학생 소녀로 설정해 웃음과 놀라움을 동시에 자아내고 매 작품마다 “이번이 은퇴작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듣는 배우 안재홍에게는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그만의 리듬감을 살려 웃음의 중심축을 맡긴다.

전자기파를 다루는 유아인의 연기는 한층 자유롭고 유연하다. 스타일리시한 외모와 허세 섞인 태도, 그리고 안재홍과의 티격태격 케미까지 더해져, 이 영화의 개그톤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이들의 대립과 협업은 키스씬을 통해 극의 재미를 유쾌하게 끌어내고 견인한다.

특히 완서 역의 이재인은 대형 상업영화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면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은 연기를 펼친다. 이재인이 보여주는 연기의 자연스러움은 어렵다는 코미디 장르에 무난히 녹아들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 역을 맡은 오정세는 태권도 품새 하나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하며 잊지 못할 장면을 만들어낸다.

“나는 예뻐지는 초능력 일래나요?”라며 능청스러움을 보여주는 라미란을 비롯해 김희원, 오정세 등 중견 배우들은 후배 연기자들과의 조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무게감을 잃지 않으며 영화의 중심을 지탱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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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감독의 말맛과 대사맛

이 작품의 백미는 단연 ‘말맛’과 ‘대사맛’이다.

“너 그거 알아?”
“몰라요!”

영화는 5분에 한번씩은 웃겨야 한다는 마음을 먹은 듯, 초반부터 자연스러운 대사의 티키타카로 웃음이 터지고 자연스런 상황과 하찮은 반응들로 피식거리는 웃음이 나오더니 곧 객석에서 눈치 보지 않는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한다.

<하이파이브>는 이런 단순한 문장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기도한다. 영화는 마치 5분에 한 번씩은 꼭 웃겨야겠다는 듯, 초반부터 자연스러운 티키타카 대사로 관객을 웃음으로 사로잡는다.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하찮은 반응들이 피식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어느새 관객은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하찮고 가벼운 대사들이 주는 웃음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바로 그 ‘헐렁함’이 관객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하이파이브>가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이유는, 이 초능력자들이 사실 우리 동네에서 치맥 한 잔 하며 볼 수 있을 것 같은 친근한 인물들로 그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동네에서 만날 것 같은 초능력자들의 최종 액션

자신의 초능력을 깨닫고 동네에서 치맥을 즐기던 이들은, 친구 없던 아이에게 다가가 친구가 되어주는 아저씨, 아줌마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렇게 보잘것없어 보였던 능력은 결국 극 중 최종 빌런과의 대결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당연하게도 이 작품 역시 최강 빌런이 등장한다. 그리고 작품은 이 빌런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며 동네 초능력자들이 어떻게 이겨야 할 지 모르는 순간까지 관객을 몰아붙이다. 질 것 같다가 겨우 겨우 이겨야 하는 것이 히어로물의 정석인데 영화 <하이파이브>는 그런 히어로물의 정석을 따르면서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 생각하지 못한 반전급 한방을 보여준다.

예상대로 <하이파이브>에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최강 빌런이 등장한다.

영화는 이 빌런의 존재감을 초반부터 강렬하게 드러내고 동시에 동네 초능력자들이 어떻게 맞설 수 있을지 관객의 궁금증과 긴장을 끌어올린다. 질 듯말 듯 위태로운 흐름 속에서 결국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는 전개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미덕을 따르지만, <하이파이브>는 그 안에 예상치 못한 한 방을 숨겨두며 액션 영화로서 쾌감을 선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분좋은 엔딩. 엔딩OST로 흘러나오는 SIster sledge 의 We Are Family 까지 모두 듣고 퇴장하시길 권해드린다.



<하이파이브>는 결국 ‘좋은 기운’을 전하는 작품이다.

<과속스캔들>, <써니>에서 보여준 따뜻한 유머와 진한 감동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번에도 다시 한 번 ‘강형철표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복잡하고 무거운 시대 속, 한여름 밤에 가볍게 웃으며 극장을 나서기에 딱 좋은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5월 30일 개봉한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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