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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리뷰] 짧지만 선명한 사랑 그 안에 따뜻한 기억. 영화 <태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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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뉴스 김영식]

"민준아! 나 노래할래!"

기타를 치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한 소녀가, 일출 5분 전 알람을 맞춰놓고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장엄한 일출과 함께 피아노 선율이 흐르며, 밝고 따스한 영화의 오프닝이 시작된다.

영화 <태양의 노래>는 2006년 일본에서 제작된 동명의 영화를 한국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한밤중에만 만날 수 있는 미솔(정지소 분)과 민준(차학연 분)이 음악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에 빠지며,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뮤직 로맨스 영화다.

극 중 미솔이 앓고 있는 XP증후군은 ‘색소성 건피증’(Xeroderma Pigmentosum, 약칭: XP)이라는 희귀 유전 질환이다. 자외선(UV)에 극도로 민감한 이 질병은 햇빛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피부 손상과 암 발생 위험이 높아, 환자들은 낮이 아닌 밤에만 외부 활동이 가능하다.

햇빛을 피해야만 하는 인물의 설정은 어두운 밤 속에서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노래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미솔의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그녀의 노래는 태양이 닿을 수 없는 곳에서 피어난 작은 빛이며, 그 빛은 민준을 만나면서 더 넓고 따뜻한 세계로 확장된다.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와 사랑

앞서 언급했듯, 미솔(정지소 분)은 빛을 피해야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오늘도 낮에는 외출할 수 없어 집 안에 머무는 그녀의 시선은 창밖, 과일을 파는 트럭 청년에게 머문다.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시기에 처음으로 이성에게 끌리기 시작한 미솔은 트럭에서 과일을 파는 민준에게 서툴지만 진심 어린 직진을 시작한다. 그녀의 잔망스러운 표정과 엉뚱한 대사 하나하나는 극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밝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배우 정지소는 처음 도전한 멜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표정과 미소로 미솔이라는 인물을 섬세하게 빚어내며 관객에게 미소를 전해준다.

민준 역의 차학연은 피부를 그을릴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하며 내면이 단단한 청춘의 모습을 그려낸다. 특히 민준의 사려 깊고 묵직한 매력을 통해 캐릭터의 개연성을 살려낸 점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미솔의 용기는 민준의 호의를 이끌어내고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된다. 두 청춘은 밤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빛나는 사랑을 만들어간다.



현시대 공감할 수 있는 음악들

영화 <태양의 노래>는 본질적으로 음악영화라 할 수 있다.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서사 구조 안에서도 이 작품만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은 관객의 감정선을 이끄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가수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극 중 미솔의 자작곡을 프로듀싱했는데, 그의 손끝에서 완성된 곡들은 한국 리메이크 버전만의 따스한 감성과 순수한 정서를 담고 있다.

또한, 미솔이 통기타를 들고 직접 노래하는 장면의 음향은 후반 작업을 통해 더욱 섬세하게 다듬어졌는데 곡의 서정성과 음향의 수준이 극대화되어 이 영화를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만들어낸다.

2일 오후 열린 <태양의 노래>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조영준 감독은 “미솔이라는 인물이 타인과 소통하고 성장하는 여정을 담아내고자 했고, 그러기 위해 각 시퀀스에 어울리는 자작곡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극의 분위기와 주제에 부합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이찬혁 감독과 1년 동안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총 다섯 배수 이상의 곡을 만들고 그 중 엄선해 영화에 맞는 곡들을 녹음하고, 다시 편곡하고, 후보정까지 포함해 최종 완성까지는 1년 반 이상이 걸렸다”고 전하며 OST 작업에 쏟은 공을 강조했다.

결국 <태양의 노래>는 기본 멜로 드라마 이야기 위에 한 인물의 성장을 음악이라는 언어로 풀어낸 영화로 완성된다.



따뜻한 드라마로 재탄생한 영화

작품은 생계를 위해 트럭에서 과일을 파는 2025년 대한민국의 민준과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미솔을 담고 있지만 영화 속 이들은 20대 로맨스의 끝판을 보여준다.

영화 <태양의 노래>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두 청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를 살아가는 두 청춘은 사랑을 앞두고 가장 예쁜 옷을 고르고, 설레는 마음으로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 속에서 현실적이면서도 풋풋한 감정을 전한다. 특히 운동장에서 미솔이 노래하는 롱테이크 장면은 미술과 촬영의 디테일이 빛나며, 아름다운 설계와 감정의 흐름이 잘 어우러진 명장면으로 남는다.

짧지만 선명한 사랑, 그리고 그 안에 머무는 따뜻한 기억. <태양의 노래>는 그런 순수한 정서를 간직한 채 마무리된다.




영화는 미솔의 유쾌한 앞머리 장면으로 웃음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도 기타와 노래를 통해 희망을 노래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태양을 향해 손을 뻗는 삶의 은유가 되고 어둠 속에서도 세상과 소통하려 애쓰는 그 모습은 관객의 마음에 닿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가족과 친구,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로 이야기를 확장하며 현실적인 감정의 결이 촘촘히 녹아 있어, 단순히 과거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청춘과 가족, 그리고 사랑을 담아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했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영화 <태양의 노래>는 6월 11일 개봉한다.


김영식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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