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뮤지컬

[리뷰] 공감되는 고통과 슬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위드인뉴스 김영식]

“좋아질꺼야”​

관객이 공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3층으로 구성된 철재 구조물이다. 3층 구조물에서 2층, 3층 좌우에는 라이브 밴드가 위치해 있고 2층과 3층 중앙과 1층 전체는 연기자들의 공간이다.

공연 전에는 파란색 조명이 들어와 있는데 공연 중에는 다양한 전면 조명과 라인 조명을 통해 공간을 구분하거나 공연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데 이 단순할 것 같은 철재 구조물이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내며 작품을 더욱 감동적으로 만드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2008년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 이후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이후 2009년 토니 어워즈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주요 3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작품으로 '굿맨 패밀리' 가족 구성원들의 아픔과 화해,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16년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 소외감을 느끼는 딸 나탈리, 다이애나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며 흔들리는 가정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아빠 댄, 다이애나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들 게이브까지 가족 드라마를 담았다.

피아노 인트로가 시작되고 암전이 되면 관객들의 박수와 함께 공연이 시작된다.

아픈 엄마와 가족의 모습​

엄마 다이애나는 조울증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어떤 때는 평온하다가도 갑자기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가족들의 염려를 받고 있다. 그런 엄마와 함께하고 있는 남편과 딸은 그런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 헌신적으로 대처하고 가족 중에 한 사람 정도는 아픈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어쩌면 완벽해 보이는 가족으로 보이기도 한다.

보통의 작품은 엄마의 고통스러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가족이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치료하고 극복하는 스토리를 보이게 마련이다. 일단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그런 일반적인 스토리 진행과 다른 선택을 한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죽음'이 캐릭터로 등장 한 것처럼 엄마의 병의 원인을 캐릭터로 등장시켜 대사를 부여하며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한다. 엄마를 중심으로 아빠와 딸의 심리를 다양한 솔로 넘버로 표현하며 각각의 캐릭터들의 고통과 심정을 표현하는데 그 다양한 모습을 무대 뒷배경이 전체가 조명을 만들며 무대를 압도적으로 만든다.

​특이한 것은 조명이 공간과 감정을 만들어가는데 캐릭터 각각의 공간에서 관객에게 주는 감정을 더욱 감정적으로 만들어 작품이 주는 감동을 더욱 강화시킨다. 무대디자이너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무대 디자인의 힘과 다양한 넘버

​작품에서 이야기가 주는 힘과 함께 기억에 남을 것은 바로 무대이다.​

무대가 보통 대극장 뮤지컬 무대처럼 다양한 세트가 들어오고 나가는 형태는 아니지만 이 작품에 딱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무대가 꾸며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단순한 3층 구조의 철재무대는 다양한 조명과 어울어지며 작품이 전달하는 감정을 관객들에게 깊고 깊이 전달한다.​

무대는 각 캐릭터에게 각각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부여하고 그 안에서 폭발하는 감정을 화려하고 밝은 빛 혹은 어두움과 조명과 넘버로 표현한다. 특히 다이애나의 트라우마로 드러나는 아들의 공간은 무대 3층에 위치시켜 모든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또한, 넘버는 조울증이나 우울증 환자의 상태가 급변하는 감정을 보이는 것처럼 격렬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데 그 과정에서 강렬한 락 넘버가 있는가 하면 컨츄리 음악과 같은 리듬의 넘버도 선보인다. 음악적으로는 매우 미국적 리듬이 포함된 넘버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이 이질적이지 않고 모든 계층의 관객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도의 분위기임을 알 수 있다.


트라우마 그리고 아들

​18살 아들의 존재는 공연 내내 존재감이 강하다. 엄마의 머리 속을 휘젓는 것처럼 무대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엄마가 느끼는 통증처럼 '나는 이렇게 살아 있다'며 넘버를 소화하는데 그야말로 강렬함이 돋보인다. 그것을 보는 관객들은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그 모습 역시 자유로운 18세 모습이라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엄마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으려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아픈 기억을 뭐하러 기억하려고 할까 싶지만 그것마저 엄마 역시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라며 자신의 트라우마를 떠올린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분명히 다른 느낌을 주는 공연이다.


넥스트 투 노멀 Next to Noraml!!​

캐릭터 별 분배가 있지만 메인 캐릭터가 주는 넘버와 분위기는 확실히 다이애나가 주는 감정이 큰 작품이다. 그 누구도 모를 나의 고통. 그 고통을 18년동안 안고 살아가는 그녀지만 주변의 가족들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작품에는 우울해 보이는 엄마 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엄마를 평생보고 자란 10대 딸과 가정을 지키려는 아버지에게도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고. 모두에게 있는 슬픔이다. 모든 것이 뒤엉킨 순간,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은 그동안 모든 감정을 해소한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답답한 것 같은 이야기 구성이지만 동시에 작품이 결말에서 주는 감동과 충격이 대단한 작품이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화려하지 않지만 화려하고 고통스럽지만 관객들마저 공감할 수 있는 고통과 슬픔이 있으며 그 감정들이 공연 후에는 해소가 되는 작품이기도하다.​

마지막으로 2011년 초연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초연부터 2022년 사연까지 모두 다이애나로 활약한 배우 박칼린에게는 이 작품이 배우로서 대표작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본인도 애정이 깊고 그만큼 작품 속 감정도 깊은다는 것을 관객들도 아시면 좋을 듯하다.



김영식 withinnews01@gmail.com